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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거주하는 이은경(42)씨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전업주부였다. 아이를 갖기 전까지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던 그였지만 출산과 육아로 일을 잠시 놓는다는 것이 10년 넘도록 이어졌다.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가며 노력했지만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 '경력단절여성'인 이씨가 일자리를 구하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좌절한 이씨에게 기회를 준 곳은 SK가 설립한 '행복한학교'다. 행복한학교는 SK가 지난 2010년부터 초등학교 학생들의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교육청과 함께 설립한 방과 후 학교다.
현재 대구 행복한학교의 교육강사로 근무하는 이씨는 "오래 일을 쉬었기 때문에 다시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도 했고 일과 가정을 모두 챙겨야 해 힘든 부분이 적지 않지만 다른 직장보다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초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아들을 보살피며 일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전했다.
행복한학교는 출범 5년 만에 1,257명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줬다. 특히 이 중 90%가 여성으로 경단녀들에게 재취업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행복한학교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전체 교육강사 중 약 17%가 경단녀"라고 설명했다.
전국 초등학생들에게 배움의 자리를 만들어준다는 본래의 취지 역시 유지되고 있다. 행복한 학교는 2010년 2월 서울에 처음으로 설립된 후 현재 전국 127개 초등학교에서 4만1,327명의 초등학생에게 방과 후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전체 수강생 수는 13만961명에 달한다.
이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사교육' 기회를 얻는다. 일례로 서울 행복한학교의 바이올린 수업에 참가하는 비용은 월 3만원~4만원(주 1회 90분)에 불과하다. 설립 첫해부터 서울 행복한학교의 바이올린 강사로 근무해온 서윤주(39)씨는 "행복한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운 학생이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겠다고 해 보람이 컸다"고 전했다.
바이올린 수업은 행복한학교가 운영하는 300여개의 과목 중 하나다. 학기당 최저 250개에서 최고 350개의 과목이 개설된다. 매번 수요조사로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는 과목을 선정하고 콘텐츠 개발에도 공들이는 것은 물론이다.
교육부의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한 초등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지난해 사교육비를 59만원 덜 썼다. SK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행복한학교의 학생 수가 4만명을 돌파해 올해도 수백억원 규모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며 "연내 행복한학교지원센터를 설립해 교육 콘텐츠 개발에 나서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달서구 월암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육 '행복한학교' 학생들이 합주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제공=SK
대구 동구 지묘초등학교에서 '행복한학교' 음악줄넘기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강사 박말자(뒷줄 가운데)씨와 기본동작을 하고 있다. 15년간 전업주부로 살아온 박씨는 지난 2008년 줄넘기강사 자격증을 딴 뒤 2011년부터 대구 행복한학교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제공=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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