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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기술·인문학 융합 한국 콘텐츠 희망을 쏘다

■ 1800만 관객 눈앞 명량의 경제학

경제·사회·문화 파급효과 크고 세계시장에 내놔도 손색없어

국가브랜드 높이는 기회로


성웅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이 국내 개봉영화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우며 '꿈의 숫자' 2,000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영화매출만 1,300억원이고 출판ㆍ관광 등 문화계와 산업계에 파생되는 이익은 천문학적이다. '명량'의 성공은 한국적 스토리에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역사·신화 등에서 찾을 수 있는 인문학적 정신이 상업적 요소와의 화학적 결합에 성공할 경우에 이른바 '대박'은 물론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세종대왕·주몽 등 한국에는 이순신처럼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콘텐츠와 캐릭터가 많다. 영국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정의했다. 바로 그 '대화'가 실현되려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발굴, 포장, 그리고 알리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영화 등 대중문화 상품이 대화의 매개체로서 현대인에게 큰 울림을 전할 때 시장의 파이가 커지며 문화융성 국가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이순신에 대해 국민 누구나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금도 시중을 떠도는 이야기는 단편적 사실들뿐이다. '경영' '리더십' 등 시사적 응용에만 관심을 가질 뿐 실제 어떠한 사실(史實)이 있었는지 진지하게 연구하는 학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확한 발굴과 연구다.

현대에 맞게 포장도 해야 한다. 전통사회의 언어와 심리는 지금과 확연히 다르다. 전제왕조 붕괴와 동시에 식민지를 겪은데다 광복 이후 압축 성장한 한국은 서구에 비해 시대 간의 의식 격차가 더 크다. 현대인의 감정과 분위기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철저한 고증작업을 거쳐 컴퓨터그래픽(CG) 등으로 현대적 재해석과 함께 상상의 세계를 눈에 보이는 장면으로 재현할 수 있는 기술력도 키워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순신은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대체할 수 없는 '성웅'이지만 외국에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기록한 '겨울왕국'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동화를 모티브로 했지만 배경이 된 노르웨이의 자연과 풍습에 대한 정확한 고증과 함께 이를 현대적인 사랑과 모험으로 엮어내면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서경덕 성심여대 교수는 "영화 '명량'이 해외에서도 호응이 뜨거운데 교포들에게는 민족적 자긍심을 전하고 외국인들에게는 이순신의 위대한 정신을 알리고 있다"며 "민족의 유대감을 결속시키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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