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유치를 둘러싼 혼탁양상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유치 과정에서 고금리나 특별이익을 제공하는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적발될 경우 해당 금융회사 임원을 직접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5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내달 중 은행ㆍ보험ㆍ증권사 등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현장검사를 통해 고금리나 특별이익 제공 등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적발되면 기관조치 뿐만 아니라 담당 임원과 직원에 대해서도 직접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 위반 정도에 따라 여러가지 제재조치가 가능하지만, 연말 검사결과 위법사실이 적발되면 과거와 달리 좀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기관조치는 물론 해당 임원과 직원에 대해서도 직접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관조치는 경고가 가장 낮은 단계이고, 위법부당행위 중지조치, 시정명령, 영업정지(1~6개월), 인허가 취소 등으로 강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지금까지 현장검사 결과를 통해 위법행위가 적발돼 영업정지나 인허가 취소된 대형 금융사는 전무할 정도로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국도 과거와 같은 제재수위로는 시장과열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더 강력한 카드인 담당 임원과 직원에 대한 직접제재로 돌아섰다. 임원에 대한 제재수위는 주의ㆍ주의적경고ㆍ문책경고ㆍ직무정지ㆍ해임권고가 있고, 직원에 대해서는 견책ㆍ감봉ㆍ정직ㆍ면직요구가 있다. 금융회사 임원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 직원은 감봉요구 이상 제재를 받을 경우 현행법상 임원이 될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특별이익을 제공한 경우가 적발되면 임ㆍ직원에 대해 주의 또는 경고도 가능하다”며 “검사결과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관련 임직원 및 기관에 대해 엄정하게 제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임원 직접제재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낸 것은 올해 16조원에 달하는 퇴직보험ㆍ퇴직신탁적립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유치하려는 금융사간 경쟁이 더욱 가열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계절적으로도 연말에 퇴직연금 유치가 한해 실적의 70% 가까이 차지해 왔기 때문에 연말로 갈수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유치를 둘러싼 혼탁양상을 바로잡기 위해 임직원 직접제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해석이다. 업계도 이 같은 당국의 고강도 제재방침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검사결과 위법사실이 적발되면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내달중 15개의 금융사를 대상으로 퇴직연금 불건전 영업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퇴직연금시장은 지난 2005년12월 첫 도입이후 매년 100%씩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6월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은 36조5,90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7% 증가했다. 올 연말에는 약 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