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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원칙과 증시대책/어윤대 고대경영대학원장(특별기고)

정부와 신한국당은 지난 19일 고단위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증권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12·12조치와 같은 과거의 값비싼 경험 때문에 폭락하고 있는 장세와 빗발치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용케 견뎌 온 당국이 단안을 내렸다. 또한 빠질대로 빠졌기 때문에 약효가 있을 것으로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이번 증안대책에서는 첫째, 단기적 수급을 조절하기 위해 비과세 근로자 주식저축의 기간연장과 한도증액으로 주식수요를 창출하고 한통주 발행연기로 주식공급을 줄였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때 주식수급조절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았지만 주가를 떠받치는데는 즉각적인 효과가 있었다. 이번 조치로 1조5천억원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둘째, 주식투자로 저축자의 투자패턴을 유도시키기 위해 3년이상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받는 배당소득을 종합과세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또한 10%만 세금을 내는 분리과세 혜택도 주었다. 3억원까지 종합과세대상에서는 빠지지만 배당수익률이 2% 미만이란 점을 고려하면 예금이나 채권투자로 환산한 효과는 4천만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기적인 효과는 없다고 봐야 되겠다. 단지 주가가 회복이 되고, 「배당예고제」가 도입되어서 투자가성향이 주가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지향에서 배당선호지향으로 바뀌게되면 보약과 같은 장기적 효과는 나타날 것이다. 셋째, 실명제를 완화해 벤처펀드에 5년이상 투자한 사람은 6개월간 자금출처 조사를 면제해주기로 하였다. 아울러 투자액의 20%를 과세대상소득에서 빼주는 소득공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정부는 5년이상 채권투자에 대해서는 실명제 적용면제를 해주자는 정치권에서의 주장을 묵살해왔다. 이번에는 벤처기업이란 대의명분으로 투신사가 벤처기업 주식투자를 위해 만든 벤처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실명제 적용면제를 받게 됐다. 숨어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고, 또한 5년이후에는 누가 소유권이 있는지 알게 되는데 대담하게 「한시적 특권」을 누릴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현 정권의 역사적 업적을 「경제살리기」를 위해 손질했다는 것은 증시부양책 차원을 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증권업계에서 주장해오던 요구들을 거래세 인하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용한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주가의 계속적인 하락은 여권에서 큰 정치적 부담이 될 것이라는 동기도 있었겠지만, 정부는 증시를 위해서 할 것은 다 한 것같다. 제도적 개선을 위주로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정부의 원칙론을 고수한 노력도 높게 살 수 있다. 이번 대책과 지난주에 있었던 일본·홍콩 투자가를 위한 자본이득 소득세면제나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는 분명히 주가를 안정시킬 것이다. 10년전 세계를 휩쓸면서 주가를 폭락시킨 「블랙먼데이」때도 미국 등 선진국들은 별다른 조치없이 덮어두었다. 현재 미국증시는 사상초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까지 주가가 떨어져야 정부가 나설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주가가 빠지는 이유는 증권시장제도나 한국경제의 거시지표의 문제보다는 한보, 기아 등 줄줄이 이어지는 기업도산으로 인한 불안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나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도 기업도산을 주요 원인으로 다루고 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기업도산에 대한 정부의 정책 제시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증시자체보다는 경제의 근본을 치유해야 한다. 이러한 면에서 오는 11월 출범하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시의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최근 경제위기의 한 원인이 국내금융기관의 과도한 부실채권보유와 이에 따른 대외 신인도저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실채권의 규모에 비해 기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추가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앞으로 부채비율이 높아 원리금상환부담의 고정비용이 엄청나게 높은 기업들이 계속적으로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다.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미국의 1980년대말 저축대부조합이나 일본의 1995년 주택금융기관 그리고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국가의 1990년대초 일반은행의 경우를 보면 GNP의 10% 부실(한국의 경우 4백조원)이 생겨도 대응만 바로 하면 경제는 소생했다. 너무 정치적인 요구에 순응하지 말고 시장경제 원칙을 확실하게 지켜나가면 살 길이 있다. □약력 ▲고려대 상대 ▲미미시간대(경영학 박사) ▲금융통화운영위원 ▲한국금융학회회장 ▲금융발전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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