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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5년 6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은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서 UTC그룹(P&W 최대주주)의 그레이 회장을 만나 민항기 엔진에 대한 공동개발사업에 참여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협약은 삼성테크윈(당시 삼성정밀)이 대형 여객기용 제트엔진 분야에 진출하는 발판이 된 동시에 한국 항공산업을 국제무대에 당당히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30년. 곧 '한화'로 옷을 갈아입는 삼성테크윈이 미국 P&W와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성사시켰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하늘을 내다본 이 회장의 꿈이 세월의 흐름을 뛰어넘어 마침내 실현된 셈이다. 선대가 구축해 놓은 단단한 토대 위에서 삼성테크윈은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P&W의 명실상부한 메이저 파트너로 도약하게 됐다.
삼성테크윈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파리 에어쇼에서 P&W와 항공기 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RSP)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테크윈은 올해부터 오는 2062년까지 48년 동안 17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엔진 부품 공급권을 얻었다. 삼성테크윈의 한 관계자는 "P&W의 차세대 항공기인 GTF의 엔진 터빈부에 장착되는 MTF(Middle Turbine Frame)의 개발·생산을 책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RSP(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는 개발·양산· 유지보수 등 모든 사업 단계의 리스크와 수입을 참여 지분만큼 배분하는 계약방식이다.
이번 협약은 지난해 P&W와의 9억달러 규모 계약, 올해 1월 GE와의 4억3,000만달러 규모 계약에 이어 연달아 쏘아 올린 '대형 홈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삼성테크윈은 최근 6개월 동안만 총액 30억달러에 달하는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권을 따내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P&W와 삼성의 '30년 의리'가 맺은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글로벌 메이커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사업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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