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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아웃도어 기부는 '나 몰라라'

매출 연30% 성장에도 기부금 비율 0%대 그쳐<br>노스페이스 83억·코오롱 20억 그나마 체면 유지<br>사회적 책임 동참 위한 CEO 인식 전환 뒤따라야


최근 수년 간 급성장해온 주요 아웃도어 업체들이 제품 판매에만 열중하고 사회공헌 활동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 2010년부터 연간 30%대 고속성장을 해왔으며 올해도 지난해보다 11%이상 커진 6조 4,0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아웃도어업계 3위인 케이투코리아는 지난해 5,019억원의 매출을 올려 2011년보다 34.2% 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30%가량 늘어난 1,301억원, 순이익은 947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사회공헌 활동에 쓴 비용은 제자리걸음이다. 케이투코리아가 밝힌 지난 한해 기부금 명목은 1억 7,500만원. 2011년의 100만원과 비교하면 괄목할 수준의 증가세지만 영업이익과의 비율로 따지면 여전히 0%에 가깝다.

매출기준 4위 기업인 블랙야크는 지난해 3억 4,200만원을 기부했다. 블랙야크 역시 2011년의 1억8,600만원보다는 2배 가량 늘었지만 지난해 올린 매출 4,535억원과 순이익 787억원을 감안하면 기부금 규모는 순이익의 0.38%에 그친다.

전년대비 매출이 48%나 늘어난 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업계 5위로 뛰어오른 네파는 평안엘앤씨㈜에서 인적분할된 이후인 지난해 6~12월 8,100만원을 기부금 명목으로 사용했다. 네파 측은 분할 전 사용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총 2억7,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 1, 2위 기업들은 그나마 체면을 지켰다. 업계 1위 노스페이스는 6,450억원의 매출을 올린 지난해 83억3,000억원을 기부해 전년(43억6,000만원)보다 2배 가까이 기부금 규모를 키웠다. 노스페이스는 청년들의 자아 실현을 지원하는 드림장학금을 비롯해 국내 소외계층과 빈곤국가에 물품 기증이 주요 기부 활동이다.

지난해 6,100억원의 매출로 1위를 바짝 추격한 코오롱스포츠는 해당 브랜드가 속한 회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 기준으로 2011년 21억2,000만원, 2012년 20억원을 기부했다.



이렇듯 매해 고성장을 거듭해온 아웃도어 업계가 사회공헌 활동을 꺼리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강력한 오너십을 보유한 최고경영자(CEO)의 소극적인 기부태도가 꼽힌다.

매출이 수천억 원대로 불어난 후에도 10만원이 넘는 지출은 여전히 회장 결재를 받아야 집행할 수 있는 A사 사례에서 보듯 오너의 영향력이 큰 이들 기업에서는 매출과 직결되지 않는 활동은 곧 '비용'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따라서 CEO가 기부에 관심을 쏟지 않은 이상 해당 업체의 기부금 항목은 회사 규모와 상관 없이 제자리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대기업 계열 몇 개 업체를 제외하면 대부분 '1인 기업'에서 출발한 중소기업이다 보니 브랜드 인지도와 사회적 기대치도 함께 올라갔지만 정작 기업은 점포 수 확대, 스타 마케팅 등 기본적인 경영활동도 버거워지면서 기부 등을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 계열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를 제외하면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기업 규모가 작다"며 "이럴 경우 사회공헌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최고경영자의 생각이 '전부'라고 볼 수 있으며 기업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이나 공헌에 대해 분명한 의식을 갖추려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 특성에 맞춰 세제상 기부금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사회적 활동에 비용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기부금 액수만으로 사회공헌도를 따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B브랜드 관계자는 "전문산악인 후원, 오지탐사대 운영, 지역별 전국 매장 점주와 임직원의 환경보호 캠페인 등도 기업의 사회적 활동인데 기부금액으로만 따지면 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C브랜드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전문 산악인 후원은 결국 유명 스포츠 선수 스폰서와 다를 바 없다"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업 활동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지 않나"고 반박했다. 문 교수는 "고객 반응을 기대하면서 벌이는 활동이라면 마케팅이지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다"라며 "기부금 액수는 물론이고 그 돈이 진정 도움이 필요한 곳에 사용됐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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