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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은 건강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계절이다. 약물 치료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친 관리가 중요한 당뇨병도 예외는 아니다. 추운 날씨로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기초대사량 역시 쉽게 떨어지는 탓에 당뇨병 환자에게 필수적인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의 실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당뇨병 환자를 진료한 경험에 비춰볼 때 특히 겨울철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당뇨병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눈이나 발 등 여러 신체 기관에 합병증이 생기기 쉬운데 이 같은 합병증이 환자의 생명까지 위협하곤 한다.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표로 한 당화혈색소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화혈색소는 3개월간의 평균 혈당치를 알려줄 수 있는 지표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당화혈색소 목표 수치를 6.5%로 정하고 있는데 평소 혈당 관리를 잘 하던 환자도 겨울철에는 종종 목표 혈당보다 수치가 높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그러나 당화혈색소가 1% 감소할 때마다 당뇨병 사망 위험도가 21% 감소하는 만큼 혈당 관리는 계절에 관계없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당뇨병은 정기적인 병원 방문과 함께 생활습관 관리만으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병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당뇨병 환자가 집에서 혈당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당뇨병 입원율ㆍ유병률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당뇨병과 관련된 병으로 입원한 사람의 수가 OECD 국가 중 2위를 기록하고 있다. 5년 전과 비교해볼 때 약 12% 증가한 수치다. 이와 같은 높은 입원율은 일상에서 혈당 관리가 의도한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본다.
일상에서 환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혈당 관리가 잘 되지 않을 때는 인슐린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조기에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면 목표 혈당에 쉽게 도달하고 또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가 발표한 2012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도 단독요법으로 3개월 내지 6개월 동안 목표한 혈당 수치를 달성 혹은 유지하기 힘든 경우 다른 치료제를 추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서구인에 비해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지는 아시아인 당뇨병 환자들에게 인슐린 치료는 여러모로 효과적인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탁월한 혈당 조절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슐린 치료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사 바늘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환자들이 인슐린 치료를 당뇨병의 마지막 단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슐린 치료는 혈당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때 언제든 처방할 수 있는 치료법이며 최근에는 펜 타입의 치료제가 많이 발달됐기 때문에 손쉽게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다. 실제로 대한당뇨병학회가 2011년 인슐린 투여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8.9%에서 인슐린 치료에 '보통 이상으로 만족한다'는 답이 나오기도 했다.
당뇨병 유병률은 해마다 계속 증가하고 있어 약 40년 후인 2050년에는 당뇨병 환자 수가 지금보다 2배 늘어난 591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만성질환 중에서도 당뇨병은 당뇨병성 망막증과 같은 안질환, 말초신경병증과 같은 신경질환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혈관이 분포된 모든 신체 부위가 합병증의 대상이 되는 무서운 질환이다. 잘못된 편견으로 최선의 치료를 미루지 말고 조기에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로 혈당을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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