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거래' 잇단 무죄 선고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과정에서 초단타매매자(스캘퍼)에게 속도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 사장에게 법원이 또다시 무죄판결을 내렸다. 지난 달 28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에 대한 무죄판결 이후 두번째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김시철 부장판사)는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HMC투자증권 제갈걸(58) 사장과 이모(54) IT본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스캘퍼에게 빠른 ELW거래 시스템을 제공한 행위는 검찰이 주장하는 ‘배타적 접촉’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 같은 행위를 부당하다는 한 방향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형사처벌을 주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이 입은 손실도 ELW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지, 스캘퍼에게 제공된 빠른 거래 시스템이 일반투자자의 거래기회를 박탈하거나 손해를 끼친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같은 법원 형사합의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노 대신증권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잇단 무죄판결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안도하는 가운데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법원의 잇단 무죄판결로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점이 분명해 졌다”며 “ELW사건은 형법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스캘퍼에 대한 속도편의에 대해 법원이 잇따라 무죄판결을 내림에 따라 대신증권 등과 함께 기소된 나머지 주요 증권사 전ㆍ현직 사장들의 판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검찰의 항소 의지가 강한데다, 회사별로 구체적인 정황이 달라 판결이 엇갈릴 수는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스캘퍼에 속도편의를 제공한 혐의로 대신증권을 비롯한 국내 12개 주요 증권사 전ㆍ현직 대표들과 스캘퍼 등 총 48명을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