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운경기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국제 대형 선사들이 국내 조선사에 건조를 요청한 선박 값을 치르고 배를 가져가기 위해 수출입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에 13억달러 규모의 '선주금융'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은 이들이 요청한 30여척의 대형 선박을 건조하고도 잔금을 받지 못해 선박을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31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정부의 '선박금융 지원요청 선박 현황' 문건에 따르면 프랑스 CMA CGM, 대만 TMT, 스위스 MSC 등 대형 선사들은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6개 한국 업체에 발주한 배의 잔금을 치르지 못해 수출입은행 등 국내 기관에 총 12억9,230만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이들 해외 선사는 최근 최악의 해운경기로 경영난에 빠져 평균 선가의 20%에 해당하는 잔금을 치르지 못해 배를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금융기관의 지원이 이뤄질 경우 이를 국내 조선사에 지불하고 배를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의 한 관계자는 "선사별로 3년 상환유예, 3년 분할상환 등의 조건으로 자금지원을 요청했다"며 "여러 적격조건을 살펴보고 문제가 없는 선사들에는 조만간 지원하겠지만 국민의 세금이 쓰이는 만큼 CMA CGM건은 채권단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CMA CGM은 현재 프랑스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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