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형태의 점포(PWM)를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 받는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PWM의 경쟁력을 향상 시킬 방안을 찾는 새로운 연구에 착수했다. 핵심은 PWM에서 판매하는 투자 상품에 대해 구매부터 환매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자산가들에게 적합한 투자 상품을 권유하는 방식을 넘어 상품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다면 환매를 하는 시점까지도 알려줄 수 있도록 자산관리 서비스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지주 고위관계자는 "많은 투자자가 투자상품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환매 시점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으며 적절한 환매 기회를 놓쳐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며 "신한의 PWM은 고객에게 투자 상품의 환매 시점까지도 컨설팅하는 방식을 도입해 자산관리 분야에서 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 지주는 이 같은 방식의 서비스 개발을 5월까지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공식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의 점포 구조조정 압박,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맞물리며 복합점포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의 점포가 한데 결합한 형태로 앞으로 은행 지점이 보여줄 미래상이다. 은행과 증권 계열사들을 거느린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복합점포를 통해 비용을 줄이며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고객들 입장에서는 한 공간에서 다양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편의성이 높아진다.
사실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형태의 점포가 시도된 것은 이미 10여 년 전이다. 그동안에도 BIB(Branch In Branch)나 BWB(Branch With Branch) 형태의 복합점포가 있기는 했으나 실질적인 시너지를 내지는 못했다. 복합점포 개념을 최초로 시도했던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은행과 하나대투증권 간의 결합을 시도했으나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행과 수익성을 우선으로 치는 증권사의 문화 자체가 달랐고 창구 배치나 점포 운영 경비 계산 등 사소한 부분에서도 갈등이 일어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금융당국이 복합점포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용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은행과 증권의 창구를 나누는 벽이 허물어지고 임원들의 겸직이 허용되면서 실질적으로 복합점포를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이미 은행·증권의 PWM을 관리하는 임원을 일원화하는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했으며 현재 25곳인 PWM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의 PWM은 단순히 투자 상품을 권유하는 것뿐 아니라 세무·법률(양도·증여·상속 등) 문제 상담 서비스도 전문적으로 제공하며 헬스케어, 커플매니징, 여행 서비스 등 여가 서비스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복합점포 규제를 완화한 후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에 복합점포를 개설한 농협금융도 올해 '자산관리 분야 육성'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복합점포를 여의도와 강남권역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협금융의 복합점포는 현재 '올셋 펀드' 등 농협금융의 주력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농협의 경쟁력이 높은 지방 자산가들의 자산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일단 수도권을 중심으로 복합점포 10곳을 개설할 예정이며 앞으로 지방 대도시 등으로 외연을 넓혀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KB와 하나금융 역시 올해부터는 복합점포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 KB는 KB투자증권의 지점을 확대해 국민은행 PB지점과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하나금융은 하나대투증권의 지점을 점진적으로 하나은행 지점 안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지주가 해체된 우리은행의 경우 삼성증권 등 다른 증권사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나 같은 계열사가 아닌 만큼 복합점포가 구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복합점포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 앞으로 나올 증권사 인수합병(M&A) 경쟁도 매우 치열해질 수 있다"며 "다만 펀드 50%룰 등 계열사 판매 규제까지 근본적으로 완화돼야 복합점포의 시너지가 완벽하게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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