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과의 빅딜로 김택진 엔씨소프트의 대표가 8,000억원이 넘는 여유 자금을 손에 쥐게 되면서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엄청난 투자금을 가진 김 대표가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관련 주가가 요동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12일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다음은 장중 한 때 13.71%(10만7,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다음을 인수해 모바일 게임사업을 강화하려는 한다는 설(說) 나돌았기 때문이다. 이재웅 다음 창업주가 나서 엔씨소프트의 피인수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 주가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다음은 결국 전날보다 4.96%(4,700원)오른 9만9,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NHN도 이날 1.45% 상승했다.
김 대표가 게임업체를 인수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것이라는 전망에 모바일 게임업체를 비롯한 게임주들도 급등세를 보였다. 넥슨의 자회사인 게임하이는 김 대표가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11% 이상 올랐고 컴투스(6.07%)와 게임빌(2.85%), JCE(3.39%)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김 대표가 손에 쥔 자금이 워낙 많은 데다 기존에 얘기가 나오던 정계 진출설이나 부동산사업 추진설보다는 게임업계의 큰 손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 때문에 관련주들이 요동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김택진 대표도 자신의 행보에 따른 게임ㆍ인터넷업계의 진동폭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21일 발매되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소울 출시에 맞춰 관련업계를 달궈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행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김 대표가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의 용도를 어디에 쓸지 밝히는 것이 시장안정에 도움될 것을 알고 있지만 블레이드&소울 출시 전에 투자계획을 밝히면 자사가 공들인 게임의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된다”며 “적어도 김 대표는 이번 게임 출시 이후에 지분매각으로 얻은 자금의 사용처를 밝히 것”이라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에 남아 김정주 넥슨 회장과 함께 글로벌게임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신규 게임 출시로 주가상승을 눈앞에 둔 상황을 포기하고 엔씨소프트 지분을 매각할 리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김 대표가 넥슨의 지주회사에 자금을 투자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 대표가 지난 11일 엔씨소프트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게임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조금이라도 힘을 합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매각시점과 가격수준이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라며 “이번 지분매각이 전략적 제휴라고 전제하면 김 대표의 매각대금의 사용처는 넥슨-엔씨소프트의 합작 신규 비즈니스나 신설 법인투자, 넥슨의 지분매입 중 하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구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김 대표의 의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자금이 다시 넥슨으로 들어가 넥슨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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