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0년째 에버랜드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철원(39) 대리는 요즘 들어 원숭이를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유인원사를 맡으면서 1년간 기른 덥수룩한 수염 탓이다. “수염을 길렀더니 처음 이곳에 온 원숭이들과 친해지는 시간도 훨씬 짧아졌어요. 유인원들은 서로 털 고르기를 해주면서 애정을 표현하고 신뢰를 쌓는데 이젠 제게 와서 털 고르기를 해주려고 합니다.” 에버랜드는 지난 4월 원숭이, 침팬지 등 유인원 전시ㆍ거주 공간인 ‘몽키밸리’를 열었다. 강 대리는 1년 10개월간 ‘몽키밸리’ 오픈 준비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원숭이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유인원의 털 고르기가 떠올라, 수염을 기르게 된 것이다. 지금이야 강 대리는 손꼽히는 베테랑 유인원 사육사지만 처음 유인원을 맡았을 때의 막막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강 대리는 “낯가림이 심한 오랑우탄을 맡았는데 처음엔 쳐다보지도 않거나 물건을 마구 집어 던져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며 고생담을 시작했다. 그는 “동물들과 빨리 친해지려고 보름 동안 야전침대를 가져다가 함께 먹고 자고 했는데 처음엔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리는 등 텃새를 부린 끝에 마음을 열더라”며 웃었다. 강 대리는 매일 유인원과 심리전을 치르면서 “유인원이 얼마나 똑똑한 동물인지 깨닫는다”고 말한다. “야생 침팬지는 벌집에 막대기를 넣어 꿀을 찍어 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벌집에 꿀을 넣고 나무 막대기를 줘서 꿀을 먹게 했죠. 그런데 어느날 보니 얘들이 나무를 깨끗하게 다듬고 그걸 이로 잘근잘근 씹어서 솜처럼 만들더라고요. 나무를 스펀지처럼 만들어 꿀을 많이 묻어 나오게 한거죠. 정말 영리하지 않습니까” 고참 사육사인 그도 “일을 하면 할수록 동물을 사랑하는 게 사육사 일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제인 구달 같은 동물 행동 연구자들의 서적을 열심히 찾아 읽는 것은 물론, 동물 특성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현재 모 대학에서 조경학을 공부하고 있다. 동물 우리 속에 심어진 나무 하나, 수풀 하나 강 대리와 그의 동료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동물의 행동 반경이 어떻게 되는지, 어떤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지를 사육사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사육사들이 직접 조경에 나설 수밖에 없는 거죠. 사육사를 꿈꾸는 젊은이들도 사육사가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다는 걸 알고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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