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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지친 여성들, 예쁜 것만 보면…
[불황에 급변하는 소비 패턴] 국내 백화점 생활매장 '은접시 효과'여성고객 예쁜 찻잔·그릇·냄비 등 구매 급증
심희정기자 yvette@sed.co.kr
롯데백화점 생활용품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식기를 살펴보고 있다. 불황기에 여성들이 주방용품 구매를 통해 위안과 만족을 얻으려는 이른바 '은접시 효과' 덕에 백화점 생활 매장은 두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 식기류 등 두자릿수 신장따라
14일 리빙브랜드 '솔트&페퍼' 오픈
신세계 생활매장 '피숀' 매출 75%↑
고가 도자기 찾는 30대 고객도 늘어
불황 속에서도 국내 백화점 생활용품 매장은 립스틱 효과와 유사한 이른바 '은접시 효과(silver plate effect)' 덕에 활기를 띠고 있다.
불황기에는 비교적 저렴한 립스틱을 구매해 작게나마 만족감을 얻는다는 립스틱 효과처럼 요즘 백화점 생활 매장에는 불황에 지친 여성들이 예쁜 접시나 찻잔ㆍ냄비 같은 주방용품을 한두 개 구매함으로써 위안을 얻으려는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7월 백화점 전체 신장률은 2%대에 머문 데 비해 생활 매장의 주방용품은 15%, 식기 및 홈데코 상품군은 18%로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14일 세계 60개국에 400개 매장을 가진 패션리빙 토털 브랜드 '솔트&페퍼'를 본점과 분당에 국내 처음으로 오픈한다. 1995년 호주 브랜드로 출시된 솔트&페퍼는 '집에 패션을 입힌다'는 콘셉트로 조리기구와 테이블 식기에서부터 집안을 꾸밀 수 있는 70여가지 아이템을 갖추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생활용품 전문 편집매장인 '피숀(Pishon)'도 올 들어 7월 말까지 전년 동기보다 75%나 매출이 늘었다. 피숀 매장은 현지 생활용품 박람회를 통해 선보인 최신 상품을 많이 들여와 인기가 높은데 올해는 경기흐름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증가세라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특히 여성들의 '마지막 사치'로 불리는 고가 도자기의 경우 그동안 40~50대 VIP들이 주로 소비해왔으나 은접시 효과 덕에 최근 들어서는 30대 일반 여성고객으로까지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브랜드인 크리스토플은 실버 촛대가 150만~400만원, 커트러리가 350만~500만원대로 고가임에도 피숀의 가장 인기 있는 코너로 자리잡았다.
백화점에서 유독 생활 매장의 매출 호조가 두드러진 것은 장기 불황의 우려가 높아지면서 소비를 자제해왔던 여성들이 주방 및 식기 구매를 통해 자기 위안과 대리만족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부들이 불황에 따른 우울함을 해소하거나 삶을 충전하는 힐링(healing) 소품으로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구매하면서 의외로 경기를 덜 탄다는 것. 여기에다 최근에는 외식이 줄어든 대신 가정에서 레스토랑 분위기를 내는 '홈스토랑'이라는 신풍속도에 힘입어 주방용품들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도 생활 매장 활황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알록달록한 그릇이나 키친웨어 하나로 불황의 우울함을 떨쳐버리려는 주부들의 욕구가 립스틱 효과와 유사한 은접시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불황이 낳은 이 같은 트렌드는 서구식 주방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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