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매년 고속 성장을 이어가면서 중장기 투자 대안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 시장 규모는 4조6,000억원 수준으로 지난 2008년 이후 5년간 연 평균 5.1%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동안 국내 시장을 장악했던 고가의 수입 장비를 점차 국내 기업 제품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수출 규모도 같은 기간 연평균 15.8% 늘면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더욱이 2010년 의료기기 분야를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한 삼성그룹이 최근 들어 이 분야에 역량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투자 매력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의료기기 시장은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있을 만큼 미래 성장성이 밝다"면서 "국내 업체들도 최근 기술 경쟁력 향상으로 다국적 기업 제품과의 격차가 줄고 있어 유망 종목을 미리 발굴해보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의료기기 업체 서모피셔사이언티픽과 체외진단 분야 사업협력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국내 의료기기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삼성은 2010년 의료기기 분야를 태양전지·자동차용전지·발광다이오드(LED)·바이오제약 등과 함께 신수종 사업으로 정해 오는 2020년까지 2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삼성이 의료기기에 대한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경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다국적 기업의 현지 판매 법인이 장악한 상황이지만 삼성메디슨·오스템임플란트·세라젬·바텍(043150) 등 국내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면서 "헬스케어 산업의 인프라에 해당하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중소형 유망 의료기기 기업의 주가 역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 상장업체들의 시가총액은 2008년 이후 4년째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평균 주가 상승률만 47%에 달한다.
국내에서 유망한 의료기기 상장사를 분야별로 나눠 살펴보면 치과용 의료기기에서는 바텍이 꼽힌다. 바텍은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시스템 및 솔루션 개발·제조·판매업체다. 이번에 내놓은 신제품 'PaX-i3D'는 출시 전부터 해외에 기술을 수출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신제품 매출이 본격화할 올 4·4분기와 내년에 성장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뒤르사와 중국 캉다 등 글로벌 업체들과 1,700억원에 달하는 장비 부품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수출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제이브엠은 세계 1위 약국조제자동화시스템(ATDPS) 기업이다. 국내 점유율이 80%가 넘고 해외 점유율도 70%를 넘는다. 신규 사업으로 약품관리자동화시스템(ADC)을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국내외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승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중국 의약 분업시 ATDPS의 빅마켓이 열려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1위 안광학 의료기기 업체인 휴비츠(065510)도 주목할 만하다. 휴비츠는 지난해 3·4분기부터 올해 1·4분기까지 신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지만 구조조정 완료 후 비용절감 효과가 본격화하는 올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본사의 실적 부진에도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4·4분기부터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 고령화, 모바일기기 사용 증가로 안구 질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점은 호재다.
체성분분석기 업체인 인바디(041830)는 웰빙·다이어트 관련 최대 수혜주다. 같은 이름의 체성분분석기 '인바디'는 체내 수분·단백질·무기질·지방 분석은 물론 복부지방률·근육량 등을 분석하는 전자의료기기다. 체성분측정기 분야 세계 1위에서 알 수 있듯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비만 문제가 이슈화될수록 수혜가 예상된다.
이 밖에 의약품 주입기업체 세운메디칼(100700)과 국내 1위 초고해상도 이미징솔루션 기업 뷰웍스(100120), 피부과용 레이저 의료기기 업체 루트로닉(085370) 등도 주목할 만한 중소 유망 의료기기 업체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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