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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경기부양으로 선회] 이주열 총재 "3개월새 경기인식 바뀌었다"… 8월 금리인하 가능성

세월호 충격 등으로 소비 위축·성장 직격탄

재정·통화정책 조화롭게 운용돼야 효과 커

변동성 확대 대비 테이퍼링 종료전 단행 할 듯


다소 성급해 보였지만 명확한 시그널을 주는 데는 성공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인식이 3개월 전하고 바뀌었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금통위 의결문에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표현은 2년 만에 등장했고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겠다'는 문구는 전진 배치됐다. '물가압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보태졌다. 모두 금리인하 방향을 가리킨다.

이 총재는 또 "정책공조란 통화정책과 정부의 다른 거시정책이 고유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전체적인 정책효과가 최대화될 수 있도록 조화롭게 운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정부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제스처다. 이 총재는 "서로의 기능은 존중하되 정책의 큰 방향이 어긋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까지 말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를 압박해온 정부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장은 이미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인하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국채금리는 이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장은 다음달을 가장 유력하게 본다. 이날 금통위 의사결정이 만장일치가 아니었고 10월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종료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기 전이 적절하다는 논리다.

◇세월호 충격에 성장도 직격탄=이 총재는 3개월 만에 경기인식이 바뀐 데 대해 4월과 달리 7월에는 국내 리스크가 대외 리스크보다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개월 전만 해도 재닛 옐런 의장 취임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의 불확실성, 우크라이나 등 대외 리스크가 컸는데 지금은 세월호 사고에 따른 파급효과로 국내 리스크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급격한 소비위축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끌어내렸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1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4.0%(4월 전망)에서 3.8%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상·하반기 성장률은 각각 3.8%로 평평했다. 특히 올해 민간소비는 당초 3.1%에서 2.3%로 하향 조정폭이 가장 컸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세월호 사고의 충격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향력이 일시적이냐, 지속되느냐는 아직 100%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침체된 내수와 달리 수출은 나 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은 680억달러에서 840억달러로 대폭 올랐다. 사상 최대 기록인 지난해(799억달러)를 넘는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지난해 6.1%에서 2014년 5.7~5.8%, 2015년 4.4~4.5%로 서서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달 금리인하 단행될까=과거 한은 금통위에서 '성장세 둔화'를 언급하면 몇 개월 뒤에 금리인하가 이뤄졌을까. 한은에 따르면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 금리인하가 단행됐던 지난해 5월을 제외하면 2012년 7월과 10월 금리인하 전에 금통위 의사록에 '둔화'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그해 2월 금통위는 '내수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데다 수출도 감소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언급한 지 5개월 만인 7월에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내렸다. 이어 같은 해 8월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가운데 수출과 내수의 부진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평가했고 2개월 만인 10월에 금리를 2.75%로 인하했다. 2~5개월이 걸린 셈이다.

이번에는 추경이 맞물렸다. 지난 10년간 추경 발의부터 국회 통과까지는 3주~3개월이 걸렸다. 한은 입장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대외 부문의 부담이 크다. 이 총재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미국 테이퍼링 종료 이후 통화정책 방향에 관심을 끄는 사항이 많다"며 "그 결과에 따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 통화정책 운용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8~9월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이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서 8월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올해 성장률 수정 전망치(3.8%)가 잠재성장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한은 전망에서도 드러났듯 세월호 여파의 지속성을 판단하기도 아직 이르다. 중장기적 시계에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하는 중앙은행 총재가 경제팀 교체나 추경 편성 같은 요인에 따라 단기간에 경기판단을 뒤집었다는 비판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가 가계와 기업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는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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