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성진씨는 최근 영업정지된 솔로몬저축은행에 2,000만원의 정기예금을 보유하고 있다. 연 이율은 5.8%로 올해 12월이 만기다. 10일부터 영업정지 저축은행 고객들에게 가지급금(최대 2,000만원)이 지급되지만 박씨는 고민 끝에 가지급금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가지급금을 신청해 이자를 손해 보는 대신 만기를 채우겠다는 심산이다.
박씨는 "지난해 영업정지됐던 제일저축은행에도 정기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가지급금 신청 없이 버티다 보니 KB금융지주에 인수돼 곧 영업이 재개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가 퇴출 저축은행 고객들에게 10일부터 가지급금 지급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영업창구 앞 밤샘 줄서기나 가지급금 신청 홈페이지 다운과 같은 혼란은 없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저축은행 영업정지를 경험한 학습효과 덕분이었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예보가 퇴출 저축은행 4곳의 가지급금 접수를 개시한 이날 총 2만2,270명의 고객이 3,415억원의 금액을 인출해간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지급금 지급 대상고객(33만1,016명)의 6.7%만이 가지급금을 인출해갔다.
지난해 9월 7개 저축은행에 대한 2차 구조조정 당시만 해도 가지급금 지급 개시 첫날 1조원이 인출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이날 온∙오프라인상에서도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당초 예보는 지난해 9월 가지급금 개시 첫날 몇 차례에 걸쳐 예보 홈페이지가 다운됐던 것을 고려해 신청자들을 분산하기 위해 오전 7시부터 온라인 접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예보에서조차 '한산하다'고 표현을 할 정도로 가지급금 신청이 원활하게 진행됐다.
솔로몬저축은행 역삼동 본점에서도 매 시간 20여명 안팎의 고객들이 객장에 나와 예보 직원들이 뽑아주는 번호표를 받아 대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두 차례 진행된 저축은행 영업정지의 학습효과로 분석하고 있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일단 지난해 9월 가지급금 지급 대상이 55만6,000여명이었지만 이번에는 33만여명으로 규모가 적다"면서도 "구조조정을 겪어본 고객들이 무턱대고 가지급금을 신청하기보다는 이율 등 실리를 따져가며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번 가지급금 지급은 오는 7월9일까지 두 달 동안 진행된다. 예보 홈페이지(www.kdic.or.kr)와 해당 저축은행 본점 및 영업점, 예보가 지정한 6개(농협∙국민∙기업∙우리∙신한∙하나) 시중은행 지점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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