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살까요?” 암환자와 보호자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다. 당사자들이 절박한 만큼 의사로서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간은 삶 자체가 매우 복합적이고 생을 마감하는 것도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암을 늦게 발견했어도 완쾌되기도 하고, 치료를 잘 받다가 갑자기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써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보았다. 암은 완치됐지만 다른 이유로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그래서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는 말을 종종 곱씹어 본다. 흔히 말기 암이 되면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돼 치료가 실패했다는 전제 아래) 약 3개월 정도 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종 치료법이나 약들이 많이 개발되고 좋아지면서 과거 의료실적에 근거한 잔여수명 추정은 부정확해지는 경향이 많다. 과거에는 초기 암 치료에 실패하면 더 이상 손을 쓸 방도가 없었지만 근래에는 다양한 방법의 2차 암 치료가 가능하다. 필자의 환자 중 ‘사이버 나이프’로 치료받은 폐암 환자가 있었다. 초기 폐암은 수술이나 항암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이버 나이프 치료로 9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인다. 이 환자는 완치 후 2년 넘게 재발증거가 전혀 보이지 않아 매우 오래 살 것 같았지만 뜻밖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어떤 간암 환자는 암이 온 몸에 퍼져 초진 병원에서 3개월 밖에 못산다고 했으나 열심히 투병생활을 한 결과 5년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암 치료는 의학적인 치유 뿐만 아니라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 스스로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치료와 식사를 열심히 하면 그 삶은 절대로 2~3개월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암을 앓고 있지만 오랫동안 잘 이겨내 살고 있는 환자들이 많다. 암에 걸렸다고 꼭 죽는 것은 아니다. 사망률ㆍ완치율 등과 같은 의학적 통계를 일방적으로 맹신할 필요는 없다. 남은 삶은 본인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열심히 투병생활을 하느냐에 달렸다. 최일봉 우리들병원 사이버나이프 척추암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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