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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자 한국기업] <5·끝> 한계 부딪힌 조선산업

中, 정부 등에 업고 폭풍성장… 고부가 선박으로 승부해야<br>글로벌시장 업황 침체에도 中 선박융자 등 강력 지원 수주 독식하며 선두 도약<br>특수선 분야는 한국이 앞서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 필요

STX다롄 조선소의 크레인이 작업을 멈춘 채 방치돼 있다. 중국 조선업체와의 저가수주 경쟁에 휩싸였던 국내 중소형 조선사 중 상당수가 부실에 빠졌다. STX다롄 역시 모그룹인 STX가 흔들리며 청산 위기에 놓여 있다. /서울경제DB


"중국에서는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조선업이 커나갈 수 있는 시장환경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28일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회생을 노리는 국내의 한 중소 조선업체 임원은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물론이고 물이 없으면 호수나 강ㆍ바다까지 만들어주며 지원하는 것이 중국"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중국 조선업계는 '폭풍성장'을 실현했다. 국제 해운ㆍ조선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국가별 수주잔량에서 중국은 38.4%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30.4%로 2위를 지켰으며 일본은 15.8%로 다소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올해 누적 수주물량에서도 중국이 40.8%로 10척 중 4척을 가져갔고 우리나라는 33.0%를 수주했다. 안정적인 2위로 볼 수도 있지만 1위와의 격차는 어느 정도 벌어진 상태다. 선박건조 숫자로는 이미 중국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은 지난 2000년대 이후 조선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국가별 수주잔량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2000년 2월 28.5%를 점유하며 일본(27.9%)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당시 중국(9.2%)은 채 10%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무서운 속도로 전세계 시장에서 발주된 선박을 수주하며 한국과 일본을 따라잡기 시작했다. 중국은 2007년 2월 24.7%로 일본(23.4%)을 넘어섰고 2008년 11월에는 32.8%로 한국(32.6%)을 제치고 마침내 1위에 올라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전세계 조선업황이 침체에 빠진 사이 중국은 자국 내 물량을 위주로, 특히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 같은 상선 수주를 독식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중국과 경쟁하며 저가수주에 동참했던 성동조선해양ㆍSPP조선ㆍSTX조선해양 등 국내 중소 조선업체는 배를 만들고도 빚을 지는 악순환에 빠져 결국 잇따라 쓰러지고 말았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국은 중국수출입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 선박금융기관의 신용대출 급감에도 불구하고 ▦단독 선박융자 프로젝트 확대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구조물 수출 프로젝트 지원(고정자산투자 대출, 건조유동자금 우대대출) ▦조선소 지급보증 등을 통해 자국 조선소 지원을 강화했다. 이미 2003년부터 '중국 선박산업 발전정책'의 일환으로 국가개발은행의 조선사 대출한도를 강화하는 등 중국 조선업체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세력을 확장해왔다.



물론 수익성 부문에서는 중국이 우리나라에 뒤처진다. 수익성이 낮은 상선 위주로 배를 만들고 상당 물량은 저가수주를 하다 보니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구조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선박건조 물량은 중국이 두 배 정도 앞설지 몰라도 선가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가 여전히 20~30% 앞선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직접경쟁을 피하며 대형 선박이나 특수선 쪽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형 이하 상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은 어느 정도 중국에 양보하고 대형 선박 등 특화된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LNG선ㆍ드릴십ㆍFPSO(부유식 석유생산 시스템) 등 고부가가치 선박과 해양플랜트 등에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해양플랜트 분야에 오는 2017년까지 9,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우리 기업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직까지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중국과 격차가 있지만 중국은 정부의 지원 아래 해양플랜트 수주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중국 정부가 막강한 자본을 무기로 아프리카ㆍ중앙아시아ㆍ남미 등지의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에 나서고 자국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수주를 측면 지원하는 방식이다. 최근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 수주에는 중국 조선업체를 포함한 기업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했는데 에지나 유전의 45%를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보유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록 아직까지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와의 기술력 차이로 입찰에서 탈락했지만 자국 정부와 국영 석유회사의 활발한 자원개발 행보에 힘입어 해양플랜트 건조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도전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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