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로 회사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인 지난 7월30일. 조성진(사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관행처럼 굳어진 야근과 특근을 끝내라고 긴급 지시했다. 조직 문화를 쇄신해 낭비 요인을 최소화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도였다.
조 사장은 이를 선언한 날짜를 따 이 혁신안을 '일하는 방식 변화를 위한 7·30 선언'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로부터 한 달 가까이 지난 27일 경남 창원 공장.
이곳에 근무하는 H&A본부 전 임직원은 출근 때뿐만 아니라 퇴근시에도 문앞에 달린 장치에 자신의 무선전자인식(RFID) 카드를 빠짐없이 태그했다. 모두의 퇴근 시간이 사내 서버에 기록되기에 사전에 승인된 야근이 아니면 퇴근 시간 이후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없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시간당 생산성을 높여 야근·특근 일수를 줄이면 큰 폭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 조 사장의 판단"이라며 "생산직과 연구개발(R&D) 인력을 중심으로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오는 11월 중순까지를 계도 기간으로 두고 집중 모니터링할 것을 지시했다. 11월16일부터는 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조 사장은 3월에도 회의 시간을 60분 이내로 제한하고 오후6시 이후 보고하는 것을 지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여기에 불필요한 야근과 특근까지 근절되면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임직원의 '삶의 질'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LG전자 H&A본부가 조직문화 개편의 선봉에 나선 것은 규모와 실적 면에서 회사를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H&A본부는 지난해 말 생활가전을 담당하던 HA본부와 에어컨 분야의 AE본부를 통합해 탄생하며 LG전자 내에서 두 번째로 큰 조직으로 올라섰다.
실적 면에서도 올 2·4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많은 2,918억원의 이익을 내며 회사를 궁지에서 구했다.
LG전자 전체의 2·4분기 영업이익은 2,441억원에 불과하며 이는 직전 분기(3,052억원)보다는 20%, 전년 동기(6,097억원)와 비교하면 60%나 떨어진 수준이다. TV 담당 HE본부의 적자 폭이 커졌고 스마트폰의 MC본부도 영업이익이 급감한 탓이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H&A본부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조직 문화 쇄신뿐만 아니라 제품 면에서도 수익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늘려 수익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H&A본부의 한 관계자는 "7·30 선언은 구성원들이 위기를 보다 분명히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회사 실적이 반등하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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