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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투톱인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가 최근 잇따라 주주환원 방침을 밝혔거나 실제로 행동에 나서면서 시장 전반에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 기업의 올 회계연도 말 기준 배당성향을 올려잡는 증권사가 나오는가 하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대기업이 늘어나는 등 주주 환원 이슈가 다시 불붙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두 곳만 지금보다 배당성향을 2배로 올리면 1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는 시장 전체 배당성향도 20%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나란히 주주 환원 방침을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실제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주친화 정책을 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현대차·삼성전자에서 촉발된 주주환원 이슈가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실제 결과물로 하나씩 확인되는 과정에 들어선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공시에서 박중흠 사장이 자사주 3,400만주(총 2억862만원)를 장내 매수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지난달에도 2억6,700만원을 들여 자사주 4,600주를 사들인 바 있다. 한솔제지도 이상훈 대표이사가 지난 11일 자사주 1만주(총 8,990만원)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차도 11일 총 6,7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결정을 내렸다. 특히 두 기업은 지난 3·4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배당 확대를 약속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두번째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현대·기아차의 자사주 매입은 한전 부지 낙찰 이후 크게 떨어진 주가를 회사가 방관하지 않고 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신호를 투자자에게 보낸 것"이라면서 "회사의 주주친화 정책이 재확인된 만큼 앞으로는 배당성향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투증권은 이날 현대차와 기아차의 배당성향을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는 8.4%에서 10%로, 기아차는 9.3%에서 10.5%로 올렸다.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기업이 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배당확대 여부로 쏠리고 있다. 자사주 매입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꼽히는 배당이 확대되면 뚜렷한 상승 재료가 없는 증시에도 큰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배당을 얼마나 늘릴지 여부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기준 배당성향은 12%로 27.9%인 애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대차 역시 10.3%로 미국 포드(22.0%), 일본 도요타(28.7%) 등에 비해 크게 뒤처져 배당에 인색한 편이다. 배당수익률도 삼성전자 현대차 모두 1%로 2% 중반대인 글로벌 경쟁업체에 못 미친다.
그렇다면 두 기업이 배당을 늘릴 경우 시장 전체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서울경제신문이 신한금융투자에 의뢰해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의 배당성향 변화에 따른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배당성향을 분석한 결과 두 그룹의 배당성향(삼성전자·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 네 회사의 총 예상 배당금 총액을 총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지금보다 5% 포인트 오르면 시장 배당성향은 13.5%에서 15.9%로 2.4%포인트 상승했다. 10%포인트 오르면 18.3%, 두 배 수준인 20% 포인트 상승하면 23.1%까지 시장 배당성향이 증가했다. 두 그룹의 배당 증가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된다면 시장 전체 배당성향 증가폭은 더욱 커진다. 두 그룹이 지난해보다 배당성향을 두 배 늘리고 나머지 기업들이 10%포인트 늘리면 시장 배당성향은 25.9%까지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의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지금보다 배당성향을 두 배 수준으로만 늘려도 일본과 대만 수준엔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과 대만의 배당성향은 27% 안팎으로 우리 시장보다 2배가량 높다.
배당성향이 늘면 코스피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는 "국내 상장사들이 배당성향을 11%포인트 높이면 코스피는 10%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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