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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뇌물사건 잇달아 무죄 판결…검찰 수사관행 도마에

공판중심주의 강화로 진술·메모등 무용지물<br>"수사는 어떻게 하라고…" 검찰 고민 깊어져


최근 검찰이 의욕적으로 수사했던 대형 뇌물사건들이 잇달아 무죄 판결나면서 기존의 뇌물수사 관행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강현 전 인천조달청장 수뢰사건을 맡았던 K검사가 해당 사건의 참고인 수사 도중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자체 감찰 결과 밝혀져 재판대에 서는 사태까지 발생,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강 전 청장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최근 건설업자로부터 각각 9,000만원과 1억6,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송은복 전 김해시장과 고길호 전 신안군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올 7월 당시 조관행 고법 부장판사의 구속으로 이어졌던 ‘김홍수 법조비리’ 사건의 시발점으로 김씨로부터 주식매매청탁과 관련, 4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모 의원 전 보좌관 김모씨도 지난달 무죄 선고가 났다.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관세청 직원 송모씨도 무죄 판결이 나는 등 브로커 김씨 사건에 연루됐던 인사들이 줄줄이 풀려나고 있다. ◇뇌물 진술ㆍ메모는 휴지조각(?)=공판중심주의 강화로 과거 같으면 법원이 받아들였던 검찰 조서와 뇌물공여자 진술 등이 휴지조각이 되면서 뇌물 수사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은밀한 현금거래를 특징으로 하는 뇌물사건은 명백한 물증이 없고 뇌물 공여자나 전달자의 진술ㆍ메모만 갖고 수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공여자 및 전달자의 진술, 뇌물액수 및 일시ㆍ장소 등이 적힌 메모를 갖고 수수자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법원이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철저히 검증하는데다 증거로 채택되더라도 증명력이 없다며 배척하고 있어 무죄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송 전 시장의 경우는 뇌물 공여자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김 전 보좌관은 김홍수씨의 뇌물 전달일지의 조작 가능성 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구속의 결정적 근거였던 브로커 김씨의 진술과 메모지의 증명력을 법원이 신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검찰 고민=검찰 일각에서는 어렵게 확보한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이 지금처럼 법정에서 배척된다면 사실상 뇌물수사는 불가능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대검의 한 검사는 “밀실에서 이뤄지는 뇌물범죄는 기본적으로 제보나 진술이 수사 토대가 되는데 이를 부정하면 수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무리하게 진술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검찰도 새로운 수사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명확한 증거를 찾기 어려운 뇌물 수사의 경우 아예 현행범을 제외하고는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미국에서는 요주의 인물의 경우 검찰이 뇌물 청탁의 유혹을 은밀히 뻗쳐 이에 응하면 현장을 덮치는 ‘함정 수사’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함정 수사’가 불법인데다 뇌물 공여자나 전달자는 물론 중요한 참고인이 진술을 밥 먹듯 뒤집는 경우가 적지않아 뾰족한 수사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래저래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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