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자(垓子)라는 생소한 용어를 처음 안 것은 필자가 주식시장에 입문하면서부터다. 당시 주식을 공부하기 위해 워런 버핏과 관련된 서적을 탐독하면서 버핏이 주식 투자의 기준으로 이 해자의 의미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을 알았다.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城) 주변을 파서 인공적으로 만든 못을 말한다. 주식시장에서 이 해자의 의미는 기업의 독점적 지위를 말하는 것으로 경쟁기업이 쉽사리 시장을 침범하거나 잠식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기업을 버핏이 우선적으로 선호했다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버핏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제자다.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의 저자로 증권 분석의 창시자이자 가치투자 이론 체계를 정립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버핏은 스승의 투자이론을 존경하고 참고했지만 숫자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것이 꼭 높은 수익률을 담보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 보완장치로 해자의 개념이 매우 중요하게 투자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근거로 장기투자해서 성공한 대표적인 종목이 코카콜라이며, 지난해 미국의 대표적인 케첩 회사인 HJ하인즈를 주가수익비율(PER) 20배의 높은 가격에 인수한 것도 해자의 개념으로 접근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일반투자자로서 이 해자의 개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수많은 산업과 기업의 역학관계를 해자의 논리로 접근해서 투자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필자가 권유하고 싶은 방법은 브랜드를 보자는 것이다. 해자의 개념, 즉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데 있다. 위의 HJ하인즈 인수 건도 결국은 브랜드 가치를 산 것이다.
대표적인 브랜드 가치 평가기관인 인터브랜드에서 매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순위를 발표하기 때문에 수월하게 글로벌 브랜드의 가치를 확인할 수가 있다.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각 산업 내에서 브랜드 가치가 세계 1등인 기업이며 둘째는 세계 100대 브랜드 기업 중 브랜드 가치 증가율이 높은 기업이다.
첫째의 경우 산업별로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대표적으로 정보기술(IT)은 애플, 음료는 코카콜라, 자동차는 도요타, 미디어는 디즈니, 인터넷은 구글, 금융서비스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스포츠용품은 나이키, 외식은 맥도날드 등이다. 둘째의 경우는 2013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브랜드 가치 증가율이 높은 기업으로 페이스북(+43%), 구글(+34%), 프라다(+30%), 애플(+28%), 아마존(+27%) 등이 있다.
참고로 한국의 삼성(+20%)은 세계 브랜드 가치 8위, 현대(+20%)는 4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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