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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기와 이발기는 잘 깎이는 게 우선이고 내구성도 갖춰야 합니다. 재질뿐 아니라 열처리와 정밀연마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가름이 납니다. 작은 차이가 좌지우지 하기 때문에 변함 없이 균일하게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죠."
전기면도기 사업을 31년째 해온 오태준(사진) 조아스전자 대표는 자리에 앉자마자 면도기에 대한 철학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조아스전자는 과거 면도기를 팔던 국내 대기업들도 하나 둘 손을 떼고 질레트 등의 일반 면도기 업체와 필립스와 같은 전기면도기 업체 등 글로벌 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유일한 버팀목인 토종 기업이다.
23일 서울 역삼동 마케팅센터에서 만난 오 대표는 "면도기 절삭력 국가 기준이 75%라면 조아스전자는 95%라는 자체 기준을 갖고 품질관리를 한다"며 "그래야 다국적 제품과의 경쟁에서 맞먹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자동차, 반도체, 휴대폰과 더불어 전기면도기도 일류상품에 들어갈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이 한류 바람을 타고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시점이어서 기술, 품질, 이미지 모두에서 최고가 돼 명품을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조아스전자의 국내 면도기 시장 점유율은 약 25%. 엄격한 품질관리와 함께 앞선 기술력 덕분이다. 면도날과 면도망은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수출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출시될 예정인 '드럼 블레이드(날)' 방식의 혁신적인 제품도 한창 마무리 작업 중이다. 조아스의 기술력이 담긴 이 제품은 기존 회전식과 진동식의 장점을 살리고 뛰어난 절삭력까지 더했다.
최근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좋아졌다. 2008년 제조자개발생산(ODM) 사업을 접고 진행한 독자적인 브랜드 구축 작업이 본격적으로 자리매김 한 것. 조아스전자는 ODM 중단 여파로 매출액이 500억원대에서 2011년 130억원으로 꺾였다가 힘찬 재도약을 하고 있다. 오 대표는 "ODM사업의 한계를 느껴 2009년부터 자체 경쟁력 강화에 매진했다"면서 "불황에도 지난해 23% 성장했고 올해는 매출 2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인 오성진 부사장이 지난해부터 회사에 합류해 큰 힘이 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 1세대와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2세대의 시너지가 적절하게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오 대표는 "지금까지 30년 넘게 제조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아들이 소프트한 감성 마케팅을 앞세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첫 작품은 연예인 전혜빈과 공동 기획한 드라이기(바이헤븐 No.1)와 여성용 고데기(바이헤븐 No.2). 이미용 브랜드 바이헤븐 두 제품은 출시하자마자 입소문을 타고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 한발한발 긴 시간을 오다 보니 거의 극복하는 상황까지 왔다"면서도 "무조건 외산 제품이 좋다는 일부 소비자의 태도는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국산이니까 팔아달라던 시대는 지났고 가격ㆍ기술 경쟁력에서 무조건 앞서겠다"고 피력했다.
틈새시장 개척도 활발하다. 유아용 이발기와 애견용 이발기 시장에서는 1위다. 오 대표는 "면도기 날 만드는 기술을 이발기로 연계시켜 진출하게 됐다"며 "지금은 제조보다 소비자의 성향 변화에 맞춰 어떻게 시장을 창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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