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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정상화 의지를 강조하던 그동안의 스탠스에 변화를 보이며 사실상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8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채권시장 전문가들도 경기를 바라보는 금통위 위원들의 시각이 다소 회의적으로 바뀐 것을 이유로 하반기에는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유럽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거나 그 파장이 미국ㆍ중국 등 주요 국가에 빠른 속도로 전이될 경우 이르면 다음달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금리동결에도 불구하고 채권가격이 되레 오른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채권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조만간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베팅하고 있다.
실제 한달 사이 국내외 경기상황은 어떤 경제 주체라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무상보육정책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다소 안정 기미를 나타내고 있지만 수출과 내수는 증가세가 확연히 둔화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만 유럽과 중국ㆍ일본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둔화되는 등 이른바 ‘수출 3각축’이 무너지는 형국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금통위와 김 총재가 지난달과 동일한 정책 스탠스를 고수한다면 현실감각을 상실한 ‘통화정책 방임’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유럽 재정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글로벌 경제 주체들이 기준금리 인하, 양적 완화 등의 조치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로 꼽힌다. 중국은 4년 만에 전격 금리를 내렸고 미국과 유럽중앙은행(ECB)도 양적 완화와 금리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김 총재는 이 같은 국내외 경제여건을 의식한 듯 확실한 방향성을 내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난달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발언을 통해 금리인하 가능성 카드를 시장에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리동결 결정은 만장일치였으나 여러 가지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후속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그동안의 입장과는 사뭇 차이가 있다. 향후 금통위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는 또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이었다”며 “중국 정책 당국자들이 어떤 판단에 따라 이런 조치를 취했는지 관심이 간다”고 전했다.
김 총재는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국내외 경제 위험요인을 면밀하게 점검하겠다’에서 ‘해외 위험요인 및 국내 경제상황의 변화를 점검한다’고 뉘앙스를 바꾸었다. 해외 위험요인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낙관적인 경기전망이 크게 후퇴했으며 통화정책 스탠스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다”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던 지난달과 달리 대외여건 악화를 기존 전제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김 총재가 예의 주시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과 중국 경제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로 충격을 받는다면 그만큼 금리인하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
그는 “유로존이라는 특정 지역의 변화보다는 전세계 각국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성장둔화에 직면한 우리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럽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라고 말했다.
유럽 사태만 보고 금리ㆍ통화정책을 결정해서는 안 되며 미국ㆍ중국 등 주요국들의 경제지표를 종합적으로 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재의 이 같은 시각은 유로존 문제를 ‘대공황’으로 표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 총재는 “금리인상이나 인하 논의는 없었지만 여러 가지 경제변화 가능성에 대한 대안을 논의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이전 금통위 회의에서는 하지 않았던 발언이다.
당장 금리기조를 바꿀 만한 특별한 사유를 찾지 못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해외 변수에서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에둘러 표현했지만 결국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금리인하에 나서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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