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 계좌 수는 소폭 늘었는데 수수료는 두 배 이상 많아졌다(?).’ 은행들의 펀드 판매 계좌 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수수료 수입은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은행이 해외펀드를 판매할 때 수수료를 바가지 씌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국민은행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난 1ㆍ4분기 수익증권 판매수수료는 5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0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판매 수수료 수입 368억원보다도 55%나 많은 숫자다. 펀드 판매 계좌 수는 지난해 25만계좌에서 올해 27만계좌로 8% 증가했지만 수수료 수입은 130% 늘었다. 신한은행도 지난 2ㆍ4분기 수익증권 판매수수료가 4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3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신한은행의 보험 판매수수료가 올 2ㆍ4분기에 2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6억원보다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은행의 1ㆍ4분기 수익증권 판매수수료도 1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억원에 비해 4배 가량 증가했지만 판매 계좌 수는 6만계좌에서 9만계좌로 5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이 펀드를 적게 팔고도 높은 수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해외펀드 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펀드를 한 번 팔면 환매 때까지 매년 수입을 챙길 수 있는 보수 구조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판매 수수료율은 가입금액의 1.26%다. 이에 비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수료율은 2%의 선취 판매수수료를 떼고 매년 0.5%의 판매보수를 받아 결국 2.5%에 이르며, 이는 국내 주식형 펀드 판매 수수료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의 주식형 펀드 판매보수 평균 0.23%보다 10배나 높다. 여기다 원화를 달러로 투자할 때 받는 환전 수수료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한 헤징 비용까지 더하면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3%를 넘어선다. 한 재무설계사는 “펀드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2,000만원을 연8% 수익률로 20년 투자한다면 0.9%포인트의 작은 수수료 차이가 원금의 70%인 1,400만원의 수익금 차이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보험은 판매수수료가 1년 후 크게 낮아지는 데 반해 펀드는 환매 때까지 매년 똑같은 보수를 챙기는 것도 문제다. 은행은 돈 한 푼 투자하지 않고 투자위험도 지지 않고 3%가 넘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챙겨가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5월 말 현재 국민은행은 2조2,655억원, 신한은행은 1조3,802억원 등 모두 9조4,469억원의 해외펀드가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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