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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인터넷 판매를 둘러싼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논쟁이 주류업계 전반의 형평성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와인 인터넷 판매 문제는 공정위와 국세청 고위관계자가 지난 23일 청와대 회의에서 논리 싸움을 벌인 끝에 큰 틀에서는 허용해주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지만 국세청이 다른 주류와의 형평성 문제를 감당할 수 없다며 전날 청와대 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을 다시 뒤집는 모양새다.
특히 일본 대사관이 일본 사케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가운데 국세청은 자칫 와인의 인터넷 판매가 주류 전체 인터넷 판매의 물꼬가 될 수 있다며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일본이 사케의 인터넷 판매를 요구했다고 해서 우리 정부가 무작정 들어줘야 되는 것이냐"며 국세청의 '침소봉대(針小棒大)'가 지나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논쟁과 관련, 국세청이 이날 다시 가장 강력하게 꺼내든 카드는 다른 주류와의 형평성 문제다. 최초에 소주ㆍ맥주 등의 인터넷 판매 허용 가능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던 국세청은 이날 일본 사케와 국내 대형 주류업체의 전통주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제기했다.
이와 관련, 일본 대사관이 지난달 우리 정부에 사케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재정부에 요청한 사실까지 확인되자 국세청은 더욱 반대의 날을 세우고 있다. 유럽산 와인 등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해주게 되면 외교적인 형평성 문제에서 일본 사케의 인터넷 판매 문제가 결국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세청은 국내 복분자 시장에서도 인터넷 판매 요구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지역의 소규모 복분자 업체들이 전통주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에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23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전통주 인터넷 판매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지역 전통주로 분류되면 앞으로는 성인인증을 거쳐 하루 100병(기존 50병)까지 인터넷 판매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나 보해양조 등 주류 대기업들은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 복분자를 만들고 있으면서도 전통주 업체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수입와인의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면 진로와 보해도 복분자의 인터넷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할 것이 분명하고 국세청 입장에서도 당연히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국세청이 이미 정리된 문제를 다시 꺼내 들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수개월 전부터 이 문제와 관련해 공정위와 국세청이 논의를 해왔으며 와인은 인터넷 판매의 명분이 뚜렷한 반면 다른 주류들의 인터넷 판매는 명분이 부족해 여론의 지지를 받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와인은 국내 시장에서 이제는 거의 대중화된 상품인데다 수입가격과 국내 판매가격의 차이가 심해 물가안정을 위해 판매 경로를 다각화해야 할 대표적인 상품"이라며 "와인의 인터넷 판매 허용이 다른 주류의 인터넷 판매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주세를 담당하던 국세청의 조직 논리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공정위 내부에서는 국세청이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반발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자 결국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주류 도ㆍ소매업자들의 이권 보호를 위해 국세청이 지나치게 와인의 판매 경로 확대를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다.
한편 물가안정과 세수확보의 총괄 부처인 재정부는 공정위와 국세청의 대립이 막장싸움에 달할 정도로 극으로 치닫자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가 당국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공정위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맞지만 세수확보 측면에서 국세청의 의견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부처 간 이해가 엇갈리는 부분이 연일 언론에 공개되면서 총괄부처인 재정부는 뭐라 답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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