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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한 학생들 가운데 많은 수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데 이제는 특정 분야에 일찌감치 재능을 보이는 학생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전공에 창의성과 열정을 가진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길러내야지요."
강성모(69ㆍ사진) KAIST 총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KAIST 학생들의 전문성 강화 방안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과학ㆍ공학계를 책임져야 할 학생들 가운데 다수가 의대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인 학생을 뽑아 놓고 다른 분야의 능력까지 발휘하도록 부담을 주는 기존 교육방식도 뜯어고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고를 나와 KAIST의 로봇 영재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조모군은 지난 2011년 영어 등 로봇 이외 분야의 학업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강 총장은 이를 위해 내년 3월부터 로봇ㆍ소프트웨어ㆍ발명ㆍ특허 등 영재에 대한 '기초과목 탄력 운영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기초필수 23학점을 영재 학생에 한해 12학점으로 감해주고 교수들을 멘토로 지정, 맞춤형 특별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그는 "예컨대 누군가 소프트웨어에 천재적 재능이 있다면 그를 뽑아서 소프트웨어 전문인으로 만들어보자는 게 우리 계획"이라며 "과거 로봇 전문 영재 학생의 실패를 교훈 삼아 더 유연한 영재 교육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총장은 이와 함께 탈북 청년 전형 도입과 여성 교수 임용 확대 등의 변화도 앞으로 더욱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KAIST는 올해 처음 신설된 새터반 전형을 통해 내년 3월부로 김책공업종합대에서 기계를 전공한 탈북 청년 1명을 입학생으로 받아들이기로 확정했다. 여성 교수 임용비율도 올해 초 7.4%에서 현재 8.5%까지 확대했다. 최근 임용되는 교수 가운데 여성이 40%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그는 이와 함께 KAIST의 융합교육을 적극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보과학기술대학을 공과대학으로 통합하는 등 기존 6개 단과대학, 3개 학부, 33개 학과를 내년 봄학기부터 5개 단과대학, 5개 학부, 27개 학과로 개편하고 학생들이 전공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공학 문제를 해결하는 '캡스톤디자인' 과목도 신설할 예정이다.
또 정년까지 임기가 보장되는 '영년직 교수'를 단계별로 다시 평가하는 '교수직급 스텝(STEP)제도도 도입한다. 2007년부터 시작한 영년직 제도가 교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제대로 못 해주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강 총장은 "학부 개편을 통해 인사위원회 등이 바뀌게 돼 융합교육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영년직의 경우 보통 40대 중반에 결정되는데 이후 20여년간의 임기 동안 연구 동기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별도 처우기준 제도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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