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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경영 체제로 바뀌게 되는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 박종원 사장과 오너인 원혁희 회장 등 원씨 일가 사이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씨 일가가 조직 장악을 위해 1998년 취임 이후 15년간 수장 역할을 해온 박 사장과 거리를 두려는 듯한 행보를 보이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이 패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자칫 2세 경영 구축에 따른 갈등이 경영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원 회장의 3남인 원종규 전무가 6월 주총에서 코리안리의 새 대표이사에 선임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부회장으로 물러나는 박 사장의 처우 문제를 놓고 경영진 간에 미묘한 알력이 불거지고 있다.
원 회장은 측은 후계 체제 가동 이후 박 사장의 입김을 가급적 최소화하기 위해 그의 직무실을 코리안리 본사 외부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서 코리안리에 열정을 다 바친 박 사장으로서는 기분이 언짢을 수밖에 없다. '토사구팽'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여기에 그간의 박 사장 공로에 대한 위로금 지급 문제까지 얽히면서 양측 간 감정이 더 꼬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 회장 측에서는 지난 외환위기 당시 파산위기에 몰린 코리안리를 맡아 세계 10위, 아시아 1위의 재보험 회사로 키운 박 사장에게 성과급 명목의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액을 두고 양측 간 생각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코리안리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보험 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87세로 고령인 원 회장이 가급적 빨리 후계 체제를 안정화시키길 바라고 있는 만큼 어떻게든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 않겠냐"며 "박 사장이 섭섭한 마음을 갖고 물러날 경우 그 여파가 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표에 오르는 원 전무는 1986년 코리안리에 들어와 경리부장, 해상담당 상무를 거쳐 지난해 6월 전무로 승진했다. 이력에서 보듯 밑바닥에서부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고 볼 수 있지만 박 사장의 공백을 빈틈없이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코리안리가 국내 재보험 업계에서 독주할 수 있었던 데는 정통 재무 관료 출신인 박 사장의 폭넓은 인맥 등이 이런저런 외풍에 방패막이 역할을 해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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