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춘천 로드힐스골프클럽에서 서울 광장동 W호텔까지 이르는 편도 68km 구간을 달리는 동안 줄곧 옆 차선 운전자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기존 에쿠스를 운전했다면 운전기사로 오해받을 법했지만 '제네시스 EQ900'로 재탄생한 현대차의 최고급 세단은 운전석에 앉은 모습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야심차게 출발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단추는 매우 성공적이다. 공식 출시 전까지 사전계약만 1만3,000대에 달하고, 계약접수 한달 만에 1만5,000대 고지를 넘어설 전망이다. 무엇보다 종전 모델인 에쿠스 고객에 비해 평균 연령이 2.2세 젊어졌고, 신규 고객 중 수입차 보유자 비중이 늘어난 것은 정말 고무적이다. '열풍'이라 할만하다.
EQ900을 직접 몰아본 후 이런 분위기는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뒷좌석의 안락함은 물론 운전석에서 경험한 역동적인 주행성능과 편의성은 기대를 넘어섰다.
◇손색없는 '오너 드리븐' 카로 거듭나다=서울-춘천간 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자율주행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네시스 EQ900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은 기존 차간 거리 유지 기능과 차선 유지 제어기술이 융합돼 곡선으로 이뤄진 터널 구간에서도 핸들을 조작하지 않고 주행할 수 있었다. 커브길에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내비게이션 상의 목적지로 향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스티어링휠 토크 센서'를 통해 핸들에서 손을 뗄 경우 몇 초 후 경고음이 울리지만 웬만한 고속도로 구간은 손과 발을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었다. 후측방 경고시스템(BSD)에서 발전한 '후측방충돌회피 지원 시스템(SBSD)'은 오른쪽 차선에서 고속으로 접근하는 차량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차선을 변경하려 하자 경보음과 함께 우측 바퀴에 제동이 걸리며 차선 변경이 억제했다.
이날 직접 시승한 3.3 터보 차량은 트윈 터보 시스템이 적용돼 370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5.0 모델에 버금가는 가속감을 보였다. 기존 제네시스 차량이 다소 가벼운 주행감을 느끼게 했다면 EQ900은 독일차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주행모드에 따라 다르지만 연비 역시 3.8 엔진에 근접한 연비 효율성을 보이며 '오너 드리븐' 카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큰 차체에 비해 운전석에서의 체감은 대형 세단을 몰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운전자 의지대로 차량이 움직였다. 운전자의 키와 몸무게 등에 따라 운전에 적합한 올바른 승차 자세를 설정하는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도 흥미롭다. 시트는 물론 스티어링 휠, 아웃사이더 미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위치를 자동으로 최적화시켜준다.
◇'고요한 숲' 같은 정숙함…모든 소음 '소거'=시속 150㎞가 넘는 고속주행에도 뒷좌석에 앉아 운전자와 대화를 나누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EQ900은 외부소음을 완벽히 잡았다. 국산차 최초로 '중공 공명음 알로이 휠'이 탑재돼 타이어 공명음이 상당 부분 감소한데다 최고급 세단에 걸맞게 모든 유리가 이중 접합 차음 글래스로 구성돼 미세한 소음도 놓치지 않는 느낌이다.
특히 뒷좌석 시트의 고급감과 안락한 승차감이 만족스러웠다. 저속 커브 구간에서 둔턱을 넘을 때 제네시스 어댑티브 컨트롤 서스펜션이 진가를 발휘한다. 기존 에쿠스 모델과 비교해 다소 딱딱해진 시트 탓에 푹신한 느낌은 덜하지만 출렁거림 없이 부드럽게 방지턱을 넘는다. 차 내부를 감싸고 있는 알칸타라 재질의 내장재는 고급스러움을 한층 높였다. 세계 유수 고급차에만 쓰인다는 이태리 명품 가죽 가공 브랜드인 '파수비오'와 협업해 제작한 가죽시트다. 시트는 14개의 다양한 방향으로 시트조절이 가능해 나에게 맞는 최적의 시트 포지션 조정이 가능하다. 특히 항공기 1등석 시트에 적용된 것과 같은 '원터치 시트조절' 기능을 통해 버튼 한 번만 눌러도 조수석 의자가 앞으로 접히면서 편안한 자세로 몸을 눕히도록 돕는다. /춘천=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