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27일 "금호산업의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광주신세계가 입점해 있어 영업권 방어 차원에서 LOI를 제출했다"며 "하지만 (롯데 등) 경쟁업체가 LOI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인수전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의 인수 포기 선언으로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인수전이 예상 밖으로 과열돼 매각금액이 폭등할 가능성이 낮아져서다. 재계에서는 신세계와 롯데가 맞붙어 금호산업 인수가액이 1조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었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의 재계 영향력과 오너 가문 간의 의리 등도 인수 포기 선언의 또 다른 배경이 된 것 같다"며 "경쟁률이 낮아진 만큼 매각가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신세계가 이번 인수전에서 퇴장하면서 향후 박 회장의 장외 우군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사가 그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박 회장의 자금 확보에 신세계가 도움을 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광주신세계는 금호산업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금호터미널에서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 광주점의 금호터미널 입점 방식은 20년 장기 임차로 지난 2013년 보증금 5,000억원을 내고 금호터미널 측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13년 롯데가 인천터미널 부지를 사들이면서 인천터미널에서 같은 방식으로 입점해 영업 중인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문을 닫게 될 상황에 처한 신세계는 제2의 굴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끝에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는 신세계가 인수자 후보군에 머물러 있는 한 금호산업의 '백기사'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신세계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사모펀드를 제외하면 호반건설이 유일한 대기업 후보로 남게 됐다. 금호산업을 품에 안기 위해 전략적투자자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사모펀드들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단순한 매각 차익이 아닌 지속적인 경영 의지를 가진 곳에 우선협상권을 주겠다는 입장이어서 기업을 파트너로 삼지 않는 한 사실상 인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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