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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자 릴레이 인터뷰] <5> 슈테판 가렐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

[미리 보는 서울포럼]<br>"신흥국 기업, 소유욕 자극하는 '애플 마케팅기법' 배워야"<br>한국, 기술·인재등 경쟁력 보유, 수년내 세계경제 주도국 될 것<br>규제·보호무역은 여전히 문제, 해외기업·투자에 문 더 열어야



"애플 아이폰 구매자의 대다수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휴대폰을 교체하는 사람들입니다. 아이폰이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가지고 싶기 때문에 사는 것이죠. 애플은 이 같은 트렌드를 이용해 오늘날 애플 열풍을 만들어냈습니다. 신흥국가 기업들도 이런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슈테판 가렐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는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물건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 애플의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 및 기업 경쟁력 분석의 대가'로 꼽히는 가렐리 교수가 오는 7월7일 서울포럼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또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가렐리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세계 국가 및 기업들의 경쟁력 현황 및 향후 판도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마케팅 기법을 앞세운 애플이 글로벌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이런 경영 트렌드가 정답이 될 수 있을까요. ▦세계 경제는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일본ㆍ미국ㆍ유럽 등의 '대체경제(replacement economy)'입니다. 누구나 휴대폰ㆍ자동차ㆍ평면TV 등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 물건을 구매한다면 이는 기존 제품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향후 1년간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되는 그룹이죠. 반면 신흥국가들은 '첫 구매 경제(First-buy Economy)'라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TV나 휴대폰ㆍ자동차를 산다면 이는 대부분 태어나서 처음 구매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지금 사고 싶다, 기다리고 싶지 않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애플은 이런 차이를 간파했습니다.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사실 정말로 필요하다기보다 원해서일 것입니다. 애플은 이처럼 'You Want It(당신은 이 제품을 원한다)'이라는 마케팅 기법을 쓴 것이죠. 이런 마케팅 기법은 비단 애플뿐 아니라 시계ㆍ핸드백 등 많은 명품 업체들에서도 종종 이용하고 있습니다. 신흥국가의 기업들도 배울 만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IMD 세계 경쟁력 연감 2010'을 보면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들의 선전이 눈에 띈 반면 유럽 국가들은 후퇴하는 등 국가별 경쟁력 순위가 크게 변화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가 아시아보다 미국과 유럽을 더욱 심하게 강타했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져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을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금융위기에 따른 고통도 덜했고 대규모 재정적자 및 정부 부채 등 금융위기의 후폭풍도 덜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경제회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ㆍ대만ㆍ태국ㆍ중국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올해 1ㆍ4분기 10%를 상회하는 경제성장률을 보였습니다. 한국도 1ㆍ4분기에 8.1%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요. 유럽의 0.5% 성장에 비하면 매우 높은 것입니다. 이는 아시아 경제의 탄력성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더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글로벌 경제질서의 헤게모니가 유럽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IMD 경쟁력 보고서에서도 나타난 현상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이 하나의 경제 블록을 형성해 자급자족을 하는 세계 경제의 대혁명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ㆍ중국ㆍ대만ㆍ러시아ㆍ라틴아메리카ㆍ아프리카 등 이머징 국가들로 구성된 '사우스 사우스 블록(South-South Block)'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경제 블록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모든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풍부한 인구와 중산층은 탄탄한 내수기반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예외입니다만, 대부분의 국가들은 원자재도 풍부합니다. 또 숙련된 노동자와 기술ㆍ브랜드를 갖춘 기업까지 있습니다. 따라서 이 지역 내에서의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는 것입니다. -몇몇 국가들로 구성된 경제 블록 내에서 자급자족이 이뤄진다는 것은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세계화(globalization)와 상충되는 것 같은데요. ▦이것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불균형'의 문제입니다. 앞으로 세계 경제에서는 더욱 많은 불균형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경제 블록이 형성돼 경제구조의 차이가 발생하고 이는 경제성장률 차이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머징마켓과 한국의 경우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 외에 내수시장을 발전시켜나가면서 더욱 빠르게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현지 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할 것입니다. 이미 중국ㆍ인도ㆍ러시아와 같은 이머징 국가에서 부상한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기업들이 빠르게 글로벌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올해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는데요. 하지만 사회 인프라나 기업규제 등은 여전히 후진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내수시장을 해외 기업 및 해외 투자로부터 보호하는 등 보호무역주의가 남아 있습니다. IMD 평가에서도 한국은 보호무역주의 항목에서 49위에 그쳤습니다. 해외 기업에 문을 조금 더 열고 해외 투자에 개방적이어야 합니다. 법률 및 규제 체계도 48위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규제가 많다는 의미지요. 또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 역시 46위에 그치고 있는 만큼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중소기업과 외국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하기 쉽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한 다음 도전과제는 중소기업 육성에 있습니다. 중소기업들이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각 국가의 경쟁력이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이나 독일ㆍ스위스ㆍ스웨덴의 경쟁력은 대기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있습니다. 이들 국가의 중소기업들은 훌륭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수출 지향적이고 자국 내에서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으니 이제는 중소기업들이 지원을 받아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차례라고 봅니다. -한국이 오는 11월에 개최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맡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상하고 있는 동아시아 시대를 발판으로 삼아 한국이 G20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조금 더 일찍 글로벌 경제에서 한 축을 담당해왔습니다. 지난 수십년 동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재벌기업의 덕분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오랜 경험을 지녔으며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를 다 알기 때문에 양쪽을 연결하는 다리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G20 정상회의에서 매우 유용하고 또 환영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은 또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대규모 제조능력, 숙련된 인재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경쟁우위를 가진 만큼 한국은 향후 수년 내에 전세계 경제를 주도할 국가들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한국의 '재벌'이라는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와 경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대기업 집단이 아직도 존재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가 바로 한국입니다.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대기업 집단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ABB 등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빠르게 덩치가 큰 코끼리처럼 변해 매우 천천히 움직이며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에 노출돼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한편 기업 소유와 경영의 문제는 '기업 내에서의 파워를 얼마나 잘 균형을 맞추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너가 CEO를 겸직한다고 해도 회사를 컨트롤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부 개입을 차단하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이사회가 존재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예로 전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인 빌 게이츠를 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사회로 불리는 외부 간섭을 방지하는 룰이 없다면 문제가 됩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이유로 몇몇 CEO들이 감옥에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EO와 이사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기업지배구조를 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국가·기업경쟁력분야 세계적 대가
스위스 IMD '간판스타'로 손꼽혀

■ 슈테판 가렐리 교수는 슈테판 가렐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 겸 로잔대 교수는 세계적 경쟁력 평가 전문기관인 IMD의 '간판스타'로 손꼽힌다. '세계 경쟁력 보고서'를 펴내는 세계경쟁력연구소(WCC) 소장을 맡고 있다. 이 보고서는 327개 기준을 사용해 58개국의 경쟁력을 비교한다. 그는 다보스포럼 의장, 세계경제포럼 의장, 휴렛패커드 유럽경영본부 자문역 등을 거치며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가렐리 교수는 국제 경제경쟁력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가이며 주로 국제시장에서의 국가ㆍ기업경쟁력을 연구한다. 현재 스위스의 프랑스어 일간지 '르탕'의 이사회 의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산도스파이낸셜앤뱅킹홀딩 이사회 의장, 방크에두아르콘스탕 이사를 역임했다. 경쟁력ㆍ국제무역ㆍ투자와 관련한 다수의 저서를 펴냈으며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휴렉패커드 유럽사업부 종신 상임고문이며 아시아 기업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현재 중국기업경영협회, 유럽을 위한 장모네재단 이사회, 스위스공학학회, 영국 왕립예술제조업상업학회, 멕시코경쟁력위원회를 비롯한 다수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슈테판 가렐리 교수 약력

▦1974년 로잔대에서 경제학박사
▦1974~1987년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심포지엄 매니징 디렉터
▦1987년~현재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
▦1998년~현재 에두아르은행 이사회 회원
▦1999~2002년 스위스 보 지역 제헌의회 구성원
▦1998~2000년 휴렛팩커드 종신 고문
▦2000~2003년 산도스FF 금융지주회사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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