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중반의 시각예술이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면, 20세기 후반 이후의 시각예술은 무언가 보여주는 동시에 이야기를 들려주려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영화는 ‘움직이는 그림’이라는 시각적 요소와 ‘보는 이야기’라는 서사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종합예술이다. 영화는 움직이는 그림들의 연속을 보여줌으로써 이야기를 들려주는 예술이다. 영화와 현대미술 간의 관계성을 모색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시각서사’가 그것으로, 미술과 영화장르 간의 독특한 시각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다. 참여작가들은 설치, 영상, 회화, 입체 등 시각예술의 각 영역에서 영화예술과 접점을 형상할 수 있는 서사와 시각의 문제를 가지고 작업한 강홍구(사진), 김범수(입체), 김세진(영상), 김창겸(영상설치) 등이다. 갤러리 입구에 들어서면 김창겸 작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중아적 자아’가 관객을 맞는다. 그런데 이 그림에 스크린을 씌우면 얼굴이 마오쩌둥으로 변한다. 마오를 모르고서는 중국을 알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은 ‘편지’. 속삭이는 듯한 작가의 방백은 작품의 문학적인 서술구조를 단적으로 시사한다. 스크린 밖의 단순한 오브제가 영상을 만났을 때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희극,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의 진부한 이야기를 종합적으로 구성한 김세진의 ‘욕망의 바다’는 어설픈 세트와 연기자들의 과잉 된 연기, 지나치게 풍부한 색감으로 구성돼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내러티브를 갖고 있는 영상들의 조악함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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