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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감사 이어져 투자자피해 불보듯

회계법인 책임 완화…'외감법안' 통과<br>기관투자가, 회계법인과 달리 감사권한도 없어<br>회계법인 제재도 '대우 분식회계 사태'가 유일<br>입증책임까지 덜면 회계시장 신뢰하락 불가피



국회에서 회계법인(감사인)의 부실감사 입증 책임을 줄여주는 내용의 외감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SK글로벌ㆍ두산ㆍ하이닉스반도체 등 굵직한 대기업들의 대규모 분식회계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회계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추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회계법인이 부실감사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귀책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지 않도록 한다면 엄정한 회계감사가 이뤄지기 힘들고 이는 부실 감사보고서로 이어지게 돼 결국에는 투자자들의 피해로 연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회계법인의 부실감사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계법인의 부실회계 입증 책임을 완화한 것은 현실을 외면한 ‘탁상 법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관투자가가 부실회계 입증 떠맡아=개정안에 따르면 은행과 보험ㆍ종합금융회사ㆍ저축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은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보고 투자했다가 허위ㆍ부실기재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면 해당 회계감사가 부실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기존 외감법에서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가들도 부실회계로 인해 투자 손실을 봤을 경우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 작성에 아무런 고의나 실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는데 이번 개정안으로 입증책임 주체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은 “회계법인은 언제든지 피감사 기업에 대한 회계자료 제출요구권이나 재산상태 조사권 등 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 데 반해 기관투자가는 오로지 감사보고서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감사인처럼 회계감사 권한이 없는 투자자에게 부실 입증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법안을 발의한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측은 “기관투자가는 일반 개인투자자들과는 달리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부실 입증 책임을 지우도록 했다”고 밝혔다. ◇회계 신뢰도 저하 및 손해배상 어려워져=증시 및 금융계에서는 이번 외감법 개정안으로 회계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회계법인은 재고자산 부풀리기, 가공매출 계상 등 피감사 기업의 회계부정에 대한 법적 감사권한을 갖고 있는 유일한 기구다. 이런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지 않게 되면 감사 자체가 부실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무거운 책임이 따르지 않는 만큼 느슨한 감사가 이뤄지기 십상이고 이는 곧 부실 감사, 나아가 투자자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허위ㆍ부실 회계로 투자 피해를 업어 손해배상 소송을 하더라도 입증책임이 원고(투자자)에게 있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 뻔하다. 따라서 사후에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도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회계법인의 부실회계에 대한 제재가 전무하거나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회계법인의 민사 책임 완화는 회계시장 전반의 신뢰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회계법인 징계, 대우 분식회계 사태가 유일=이번 외감법 개정안으로 혜택을 보는 곳은 회계법인뿐이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6년 9월까지 총 23건의 분식회계가 발생했지만 회계법인이 징계를 당한 사례는 2000년 산동회계법인이 대우 부실의 책임을 지고 업무정지 조치를 받은 게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일으킨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의 경우 회계사 2명 등록취소 및 직무정지 1년 조치가 이뤄졌을 뿐 감사를 맡은 영화회계법인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 하이닉스ㆍ현대상선의 경우에도 4명의 회계사에 대한 징계만 이뤄졌을 뿐 삼일회계법인은 징계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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