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실은 PB… 중매도 해드려요
미혼자녀 둔 VVIP고객 배우자감 소개 부탁 잦아성사땐 충성도 높이고 2세도 고객 확보 일석이조일부 점포선 1대1 소개팅보다 단체 미팅 주선도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아래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
“돈 걱정보다는 하나 있는 딸 걱정이 커요. 나이는 차는데 결혼할 생각은 안 하고. 어디 좋은 사람 없어요?”
A증권사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몇 달 전 자신이 담당하는 60대 고액자산가로부터 중매 부탁을 받았다. 비슷한 수준의 재력을 가진 집안의 배우자 감을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이 자산가는 “PB센터에 돈을 맡기는 집안의 자제라면 웬만한 재력 요건은 갖췄을 것”이라며 “관리 중인 고객 중 괜찮은 미혼 자녀를 둔 사람이 있으면 연결 좀 해달라”고 말했다.
증권사 PB센터가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자녀의 배우자 감을 소개하고 소개받는 중매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 자산관리를 넘어 경영권 승계, 개인 컨시어지(비서), 자녀 진로상담 및 인턴십 주선 등으로 이어졌던 증권사 PB센터의 부가 서비스가 중매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직접적인 중매 부탁보다 PB센터 제공 행사를 ‘중매의 장’으로 활용하는 자산가들도 있다. B증권사 PB센터가 최근 VVIP 고객을 대상으로 개최한 투자설명회장. 나이 지긋한 중년들 사이로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몇몇의 젊은 남녀가 눈길을 끌었다. VVIP 고객의 자녀들이었다. PB센터 관계자는 “어린 자녀에게 미리 투자습관과 노하우를 전달해주겠다는 목적으로 PB와의 상담이나 설명회에 동행하는 고객도 있지만 일부 고객은 고액자산가들이 많이 몰리는 자리를 통해 결혼적령기의 자녀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거나 다른 고객의 자녀를 소개 받으려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PB센터가 제공한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중매의 기회로 활용하는 셈이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중매 서비스(?)가 어쩌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고액 자산가들의 상당수가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50대 이상의 부모인 상황에서 혼인 성사 사례가 늘어나면 부모 고객은 물론 자녀 고객까지 유치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다만 성사 확률이 낮아 증권사들이 공식적인 서비스로 가져가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몇 차례 고객 중매를 주선한 경험이 있는 한 대형 증권사 PB팀장은 “아무래도 고액 자산가들의 자녀인 만큼 교육 수준이나 연봉이 높은 편이어서 소개 자리를 주선하면 ‘내 자식이 아깝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서로의 눈이 너무 높은 곳을 향해 있기 때문에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일부 은행 PB점포에서는 1대1 소개팅, 맞선 개념보다 여럿이 참여하는 미팅 행사를 주선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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