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자본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본시장 제도의 근간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과 관련한 개정안이 쌓여 있지만 거의 처리되지 못해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자본시장법과 관련해 국회에서 계류 중인 개정안은 17건에 달한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인수합병을 통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2조5,000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올해 말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발의한 지 2년이 넘게 된다.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인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상정됐다가 처리되지 못하고 보류된 채 다음 소위에 다시 상정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업계의 관심이 큰 기업신용공여 한도 확대 관련 개정안(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발의)도 소위에서 네 차례 상정됐지만 여전히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계속 지연되면서 업계 스스로 제도화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 지난 2011년 발의된 채 4년 이상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독립투자자문업자(IFA)제도는 사실상 금융투자 업계도 진척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내년 IFA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매년 반복되는 얘기일 뿐"이라며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심해 금융투자 업계도 설득 노력을 포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이들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면 발의된 법안은 자동폐기된다는 점이다. 이달 29일 마지막 본회의가 끝이 나면 사실상 정치권은 20대 총선 체제로 돌입하게 되고 과거 사례에서 보듯 총선 국면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국회가 내년 초 다시 임시국회를 소집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운영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 업계는 정치적 논란이 없고 여야가 합의에 이른 법안부터 우선 처리해줄 것을 국회에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대표들이 21일 모여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청하면서 건의한 4개 법안도 모두 여야가 기본적인 부분에서는 합의에 이른 안건이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이날 거래소 개편작업이 선진국에 비해 10년 이상 뒤져 있다고 지적한 뒤 "남들은 최신형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데 우리는 구식 삼륜차로 달린다"며 "이번 임시국회가 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라고 개정안 통과를 호소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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