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은 '완구왕' 최신규(56ㆍ사진) 손오공 회장이다. 그는 손오공을 통해 미국 블리자드가 12년 만에 내놓은 인기게임 '디아블로 3'의 패키지를 유통하고 있다.
또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의 퍼블리싱(publishing)도 손오공IB가 맡았다. 최 회장이 10년 넘게 게임산업에 관심과 애정을 쏟았던 데 대한 결실이 이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두 게임 출시 후 언론사 최초로 최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최 회장은 "세계적 게임 두 개를 동시에 유통할 수 있는 나는 행운아"라고 입을 열었다. 디아블로3의 경우 블리자드 게임의 국내 PC방 퍼블리싱을 담당했던 오랜 관계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계약 체결이 유력했던 상황. 하지만 LOL 유통은 업계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사건'이었다.
어떻게 라이엇게임즈와 파트너십을 맺게 됐냐는 질문에 최 회장은 "라이엇게임즈 사람들이 원래 블리자드에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블리자드 게임의 국내 퍼블리싱을 맡았던 손오공IB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었다"며 "처음부터 호의적인 접근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뒤이어 손오공은 디아블로3 패키지를 유통하며 '연타석 홈런'을 날리게 됐다. 패키지 한정판 발매를 했던 지난 14일에는 전날부터 서울 왕십리 일대에 5,000여명이 모여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블리자드측은 디아블로3가 출시 1주일 만에 세계적으로 630만장이 팔려 최단시간 판매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디아블로3의 흥행성공이 자칫 손오공IB의 실적을 잠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현재 디아블로3의 PC방 점유율은 40%에 육박하는 반면 출시 후 줄곧 1위를 지켜오던 LOL은 2위로 떨어지며 11%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지금 높은 PC방 점유율은 일종의 '맛보기' 수요로 결국 사람들은 CD를 가질 수 있는 패키지 구매를 원할 것이다"이라며 "(패키지 유통이 본격화되면) 현재 높은 PC방 점유율을 패키지가 흡수하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난 1ㆍ4분기 손오공은 자회사 손오공IB의 실적을 연결공시하지 않았다. 당초 손오공IB의 실적은 LOL의 PC방 점유율이 8∼9%를 유지할 경우 60억원대 매출(고정비 30억원대)를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점유율이 시장예상치를 웃돌자 매출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그는 라이엇게임즈와 관계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LOL이 잘 되면 손오공IB이, 디아블로3가 잘 되면 손오공이 순항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손오공은 본업인 완구에서도 하반기부터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할 계획이다. 첫 타자는 다음달 출시할 '비키(Vicky) 비밀다이어리'. 다이어리를 열면 화면을 통해 보이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키울 수 있다. 90년대 청소년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다마고치와 비슷하지만, 카드를 통해 조작할 수 있고 5세 여자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단순화시켰다는 게 특징이다.
특히 이 제품은 100% 국내에서 제작된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완구업계가 그동안 중국으로 생산기반을 빼앗기다시피 했지만 손오공이 다시 국내생산을 재개했다.
그는 "중국의 생산비용이 많이 상승한데다가 자유무역협정(FTA) 탓에 관세율이 떨어져 국내 생산도 경쟁력이 생겼다"며 "국내 생산을 늘리고 기획단계부터 미국,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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