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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막판 최대 쟁점이었던 원산지규정은 우리 측의 의견이 대폭 수용됐으며 중국으로 수출하는 개성공단 제품은 FTA 발효 즉시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10일 한중 FTA 공식 브리핑에서 "원산지 규정, 즉 PSR는 12,000여개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우리 측의 안을 관철시켰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세번변경기준(CTC·Change in Tariff Classification)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부가가치로 기준을 삼을 것이냐를 두고 양측이 치열한 줄다리기를 펼쳤지만 관세를 인하하면서 원산지 기준을 어렵게 해 FTA 효과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고 우 실장은 전했다. 우 실장에 따르면 정부는 협상 기간 내내 세번변경기준의 HS코드 결합 비중과 부가가치기준을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일부 품목은 중국 측의 입장이 반영됐지만 대체로 상당수 품목에서 우리의 뜻이 관철돼 엄격한 원산지기준이 FTA 효과를 상쇄시키는 일은 최소화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60%의 부가가치를 가져야 원산지로 인정되는 품목의 비중을 40%로 낮춰 가공무역 비중이 큰 중소기업 제품들도 관세특혜를 볼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협상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는 "양국의 개방 수준과 쌀 제외 문제, 그리고 가장 큰 쟁점이 바로 PSR였다"며 "품목별 원산지 기준에 대한 기술적 협상이 너무 많이 남아 오늘 새벽까지 협상했으며 겨우 일괄 타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은 발효 즉시 바로 인정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규정화 작업을 거치면서 구체화될 예정이지만 위원회를 두지 않고 바로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길을 터놓은 셈이어서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중국 수출 길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 실장은 "FTA 발효 즉시 개성공단 제품에 대해서 별도의 위원회를 통한 논의나 품목 나열 없이 특혜관세를 인정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중국 측과 추가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과 맺은 FTA에서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은 곧바로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한반도역외가공위원회'를 구성해 인정 여부를 논의하도록 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외에 싱가포르 등과 맺은 FTA에서는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개성공단 제품을 나열하고 있다.
또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이미 규정이 돼 있다고 우 실장은 설명했다. 그는 "한중일 투자보장협정(BIT)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들어갔다"며 구체적으로 "자본투자를 위한 법인 설립 전 투자에 대해 규정돼 있지 않고 설립 후 투자에 대해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한중과 한중일 3국이 체결한 BIT에 이미 ISD가 포함돼 있는 만큼 그 내용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세종=권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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