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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신제윤이 한국 금융 롤모델로 지목한 맥쿼리는

금융 변방 출신으로 인프라펀드 세계 1위 우뚝<br>선진금융기법 노하우 전수하고 고객 확보<br>개방적 의사 소통·직원에 재량권 부여<br>"후순위 대출 공공성 침해한다" 지적도


'한국 금융회사들은 왜 삼성전자같이 못하나.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한국 금융산업의 실태를 보면서 하는 쓴소리다. 그런 한국 금융을 향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맥쿼리를 롤모델로 제시했다.

신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맥쿼리는 고속도로(자본잠식)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맥쿼리는 우리나라와 아시아에 투자 자문과 주선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대기업이 아프리카 가서 냉장고를 팔듯 우리 금융도 미얀마에 가서 (금융 상품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호주계인 맥쿼리가 오랜 전통의 영미 출신 금융회사에 밀리지 않고 성공을 거두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해외에서 금융 먹거리를 찾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한국 금융회사들에 참고서가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신 위원장이 굳이 맥쿼리를 우리 금융회사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적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맥쿼리는 1969년 영국의 종합금융사인 힐사무엘이 호주에 세운 직원 세 명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금융시장 자율화와 함께 1985년 호주에서 두 번째 상업은행이 됐고 1995년부터 홍콩과 베이징ㆍ싱가포르, 2000년에는 서울과 도쿄에 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아시아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맥쿼리그룹은 전세계 28개국에 1만3,400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으며 395조원의 돈을 굴리고 있다.

맥쿼리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틈새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것이었다. 금융 변방국 출신으로 짧은 역사를 지녔으면서도 신흥국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면서 연이어 성공을 일궈냈다.

사회간접자본시설에 투자하는 맥쿼리의 펀드그룹은 세계 1위 규모다. 특히 경제부흥을 일으키려는 신흥국 정부의 수요에 맞춘 맥쿼리의 전략적 투자는 장기 고수익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맥쿼리는 2002년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를 가장 먼저 주도했다. 당시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투자은행은 1997년 금융위기 여파로 싼값에 나온 은행과 기업에 몰두했을 뿐 당장 고수익을 낼 수 없는 인프라 투자를 외면했다.

맥쿼리는 여의도의 대우증권 사옥을 사들이는 것에서 시작해 인천ㆍ광주 등의 도로와 부산 항만 등 14개의 사업시행사에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투자하고 있다.



맥쿼리가 성공한 또 다른 이유는 철저한 현지화다. 선진 금융기법이 더딘 나라에 노하우를 전수하고 현지 정부의 협조와 고객 확보를 얻어낸 것이다.

한국에서 맥쿼리는 정부가 사회간접자본시설의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행하는 최소수입운영보장(MRG) 계약을 통해 수익을 보장 받고 있다. 또한 맥쿼리의 인프라 펀드는 군인공제회(11.8%), 신한금융그룹(11.2%), 대한생명(7.2%), 공무원연금(5.4%) 등 국내 연·기금들이다. 개인 투자자의 비중도 20%에 달한다. 맥쿼리는 철저한 주주자본주의를 따라 배당금 및 이자를 대부분 주주에게 돌려준다.

맥쿼리는 2000년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을 때부터 국민ㆍ우리ㆍ신한은행과 손잡았다. 일례로 우리은행에 파생상품 트레이딩 및 헤지 기법 등을 전수해주고 우리은행은 멕쿼리에 부족한 고객채널 확보 및 네트워크를 넓혀줬다.

맥쿼리의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개방적인 의사소통 구조도 빼놓을 수 없다. 맥쿼리가 한국에서 인프라 펀드 투자를 시작한 계기는 한국 맥쿼리에 갓 입사한 직원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당시 호주 본사는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렸다. 특히 존 워커 맥쿼리 회장은 이 직원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된 상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시드니 본사에 파견해 인프라 펀드를 직접 배울 기회를 줬다.

맥쿼리에서는 업무공간 역시 수시로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임원과 평사원이 한 공간에서 마주보고 있으며 개인공간을 사용하는 워커 회장 역시 유리로 내부가 보이게 했다.

위험관리 수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상당한 재량권을 주는 점도 특징이다. 맥쿼리가 '기업가를 배출하는 공장'이라는 별명을 지닌 이유다.

물론 맥쿼리에 대해 논란도 적잖다. 가장 먼저 지적을 받는 것은 맥쿼리가 특혜에 가까운 제도를 이용했다는 점. 서울 지하철 9호선 등 맥쿼리가 투자한 민자사업의 운영기업은 대부분 자본금을 까먹은 상태다. 그러나 맥쿼리는 MRG 제도 등을 이용해 수익을 올렸다.

선진 금융기법이라는 맥쿼리의 후순위 대출은 사회간접자본시설 건설에서 공공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맥쿼리는 주주로도 투자했고 외부 차입금도 후순위 대출로 조달해줬다. 배당 수익과 대출이자 수익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맥쿼리는 대주주로서 권리를 이용해 비싼 이자의 후순위 대출을 받게 했고 이자를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맥쿼리에 투자한 군인공제회 등 주주에게는 이익이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에게는 요금인상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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