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힌 백대마가 너무도 크다. 우상귀 일대에 확정된 흑의 실리가 70집을 훌쩍 넘는다. 좌상귀에도 10집 정도의 확정지가 있다. 백은 50집 정도. 줄잡아 30집의 큰 차이다. 어차피 지는 바둑이라면 사납게 으르렁거려 보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일까. 뤄시허는 갇힌 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완전히 깡패 초식으로 나오는군요.” 뤄시허가 백8로 밀고 나오자 김만수가 끌끌 혀를 찼다. 지금까지 수십 개의 가상도를 그려 보이던 김만수의 손길이 멎었다. “그림을 몇 개 보여 줘야죠.” 워드 담당 박해진이 재촉을 하자 김만수는 한숨을 포옥 내쉬며 말한다. “초심자를 위해서 두 개만 소개해 볼까요.” 이렇게 해서 그림 두 개가 나왔다. 참고도1의 흑1로 막으면 흑이 망한다. 백2, 4로 함정에 빠진다. 하기야 이런 쉬운 수는 5급만 되어도 다 볼 것이지만…. 백26으로 참고도2의 백1에 하나 젖히고 3으로 잇는다면 흑은 역시 4, 6으로 둘 것이다. 그때 백7, 9로 집을 내자고 하면 흑은 어떻게 두어야 할까. 흑10 치중이 정답이다. 무심코 A에 몰았다간 백이 10의 자리에 받아 패가 난다. 이것 역시 5급 하수도 다 볼 초보적인 수읽기겠지만….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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