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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이 혁신 이끈다] "명분보다 실리" 정책 궤도수정
입력2004-07-16 16:10:25
수정
2004.07.16 16:10:25
최수문 기자
급진적 민영화보다 내부혁신 작업에 초점<br>경쟁·효율성 높은 책임경영제 잇따리 도입
공기업 민영화에 급제동이 걸렸다. 급진적인 민영화나 구조개편이 아닌 경영혁신 쪽에 비중을 둔다는 참여정부의 공기업 정책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노사정위원회의 정책권고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한국전력의 배전분할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스공사 분할 등 다른 공기업의 구조개편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의정부 시기인 지난 98년 이후 본격화됐고 민영화를 핵심 키워드로 하는 공기업의 구조개혁이 일대 전기를 맞고 있다. 민영화라는 명분에 집착하지 않고 실리를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기업 구조개편 ‘궤도수정’=정부는 지난 6월 노사정위원회의 정책권고를 받아들여 한국전력의 배전분할 추진을 중단키로 최종 결정했다. 정부는 대신 배전부문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독립사업부제를 도입, 내부 경쟁과 효율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사정위는 그에 앞서 공공부문 구조조정특위를 열고 ‘합리적인 전력망 산업개혁방안 마련을 위한 공동연구단’이 보고한 연구결과를 받아들여 배전분할 추진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대정부 결의문을 채택했었다. 산업자원부 등 일각에서 반론을 제기했지만 이미 대세가 굳어진 다음이었다.
가스산업의 구조개편 방향도 도입ㆍ도매 부분에서 새로운 민간업체의 참여를 허용하는 ‘신규 진입방식’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가스공사는 당초 민영화 대상이었으나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설비부문에 대해서 공기업체제를 유지키로 한발 후퇴했었다. 대신 지금까지 도입ㆍ도매 부문에서 기존 가스공사를 분할하는 방식과 신규진입방식을 놓고 검토를 벌여오던 중 지난달 말 신규진입방식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노조측은 개편자체를 반대했으나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신규진입방식에 우호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스공사와 함께 민영화 대상이었던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지난해 민영화 재검토를 결정하고 내부혁신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정부, 경영혁신에 비중=참여정부의 공기업 정책은 국민의 정부와는 분명한 입장차를 갖고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엔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대부문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와 구조개편이 추진됐다.
국민의 정부는 포항제철,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한국전력 등 총 11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했다. 공공부문 경쟁력 강화와 매각에 따른 재정수입을 겨냥해서다. 이중 포항제철,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등 8개 기업은 매각이 이뤄졌고 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의 민영화는 미뤄졌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정책이 변하고 있다. 급진적인 민영화나 구조개편이 아닌 경영혁신 쪽으로 중점이 이동했다는 평가다. 김용열 산업연구원 선임영구위원은 민영화의 대안으로 공기업 개혁에 참여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혁신 추진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 등의 개정을 통해 사장추천위원회, 사장과의 경영계약, 과반수의 비상임이사 등 나름대로 책임경영을 담보하는 체제를 도입했다. 또 기획예산처가 매년 경영혁신 추진지침을 확정, 추진토록 하고 있다.
◇말 바꾸기 논란도=공기업 민영화 궤도 수정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재정확보 등을 위해 급히 매각해야 할 필요도 없다. 헐값 매각 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한전의 배전분할의 경우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부족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공급안정성에 문제가 있다.
가스산업도 분할방식을 택할 경우 수급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주민이나 특히 근로조건 악화로 인한 노조의 반발도 적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공기업 민영화 재검토를 약속한 것도 요인으로 손꼽힌다. 노 대통령은 민영화 보다는 공기업체제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하지만 개별 정권을 뛰어넘는 연속성을 생각할 때 공기업 민영화 중단은 두고두고 짐이 되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에 대비한다면서 지난 5년간 전력거래소 설비마련과 운영 등에 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했었다. 정부는 발전부문에서 경쟁효과가 나고 있어 전력거래소는 그대로 운영한다고 강조하지만 당초 계획에서 크게 어긋난 것만은 사실이다. 보다 치열한 논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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