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에서 사상 최고 판매실적을 거둔 기아자동차가 내년 판매목표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한다. 워낙 올해 성적이 좋은데다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 등 내년 자동차산업 수요가 상당 부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내린 결정이다.
22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총 52만5,000대를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수립했던 목표치인 48만대를 훌쩍 넘는 실적이다.
기아차는 ‘신형 스포티지’와 ‘쏘렌토’, ‘카니발’ 등 레저용 차량(RV)이 전례 없는 대박 행진을 이어가면서 올해 판매 목표를 52만대로 수정했다. 대신 내년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고 수입차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감안해 2016년 목표를 소폭 늘어난 52만5,000대로 정했다.
하지만 ‘신형 K5’가 뒷심을 발휘하면서 지난 7월 출시 이후 가장 많은 판매대수(6,929대)를 지난달 기록하는 등 RV는 물론 다른 차종까지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총 5만31대를 판매하면서 1996년 12월(5만3,633대)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의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나 늘어난 수치다. 기아차 관계자는 “연말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누적 판매량은 52만5,000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예상치 이상으로 판매량이 늘어 내년 목표치를 이미 달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결국 올 판매실적과 동일한 52만5,000대로 내년도 판매 목표를 동결하기로 했다. 최종 확정 전이만 기아차가 목표치를 수정하지 않고 동결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은 올해와 같은 역대 최고수준을 2년 연속 달성하는 것만으로 힘든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가 올해 겨우 내수 목표치를 달성한 것처럼 내년 기아차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신형 K7과 친환경차 전용 모델 ‘니로’가 그동안 출시된 차량들과 차별화된 매력을 갖고 있어 자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가 판매량을 끌어올리면서 현대·기아차는 19년 만에 내수 시장에서 12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가 내수 120만대를 돌파하는 것은 1996년 이후 19년 만이다. 지난달까지 현대차 63만2,061대, 기아차는 47만4,170대를 팔아 총 110만6,231대를 국내에서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목표로 세운 69만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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