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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이슈] JY "사모펀드와 거래없다… 계열사 팔때도 고용보장·경제 도움돼야"

■ 주목받는 이재용의 'M&A론'

PEF에 팔면 이익 크겠지만 국내산업 경쟁력 강화가 우선

방위산업·화학 매각때 가격 깎이더라도 직원부터 챙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지난 16일 늦은 오후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 직원 500여명이 서초사옥에서 롯데그룹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롯데 측으로 사업부가 넘어가는 데 따른 각종 권리보장을 요구한 것이다. 삼성SDI 측은 "직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원만한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을 총괄하는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의 생각은 어떨까.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와 중국의 추격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고 그 때문에 일부 계열사를 팔 수밖에 없지만 이 부회장은 자신만의 원칙을 반드시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있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만의 인수합병(M&A)론인 셈이다.

삼성의 고위관계자는 22일 "이 부회장은 절대 사모펀드(PEF)에 회사를 팔지 않겠다는 얘기를 수시로 해왔다"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대명제 탓에 일부 회사를 어쩔 수 없이 파는 경우에도 국내 기업에 팔면서 일자리를 보장해달라는 조건을 내건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계열사나 사업부를 쪼개서 사모펀드에 팔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고 매각도 더 손쉽지만 이 같은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게 이 부회장의 생각"이라며 "화학만 해도 국내 기업에 넘김으로써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처우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실제 삼성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빅딜을 통해 한화그룹과 롯데에 방위산업과 화학계열사를 매각했다. 한화는 매각발표와 동시에 고용보장을 약속했고 롯데도 신동빈 회장이 직접 "삼성정밀화학 직원들의 고용에 대해 합리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부터 고용보장은 이 부회장의 사전요구 사안이었던 것으로 삼성은 매각가격을 깎아주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관철시켰다. 지난해 말 삼성은 한화에 4개 계열사를 1조8,500억원에 매각했는데 한화가 고용보장을 해주자 가격을 일부 내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위로금도 줬다.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한화와의 1차 빅딜 대상 4개사 직원들은 1인당 2,000만~6,000만원 상당의 위로금을 받았다. 10월 말 삼성정밀화학을 롯데로 매각할 때는 성인희 사장이 서울 본사 임직원들에게 매각 배경 및 매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생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아닌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에서 이런 원칙을 내세우기는 쉽지 않은 탓이다.

실제 사모펀드에 주요 기업을 매각해 문제가 된 사례는 많다. 먹튀 논란이 일었던 외환은행이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전에서도 사모펀드가 뛰어든 데 따른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사모펀드에 팔면 돈도 많이 받을 수 있고 필요할 때 계열사를 처분할 수 있다"며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의 경우 사모펀드에 팔지 않는 게 맞지만 대기업에서 이런 원칙을 갖고 매각을 진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삼성 측은 이 같은 이 부회장의 의도가 내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삼성그룹이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축소지향적으로 나간다는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앞으로는 국내 기업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야 할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계열사를 매각하더라도 고용보장과 국가경제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생각이나 의도가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삼성이 추가적인 M&A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PEF에 계열사를 파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필·서일범·이종혁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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