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둑은 포석을 하다 말고 그대로 험한 난투가 벌어져 숨돌릴 겨를도 없이 1백 수 이상을 싸움으로 일관한 독특한 바둑이다. 이 바둑으로 조훈현은 ‘과연 전신(戰神)’이라는 찬탄을 받았다. 이 바둑이 끝난 후에 창하오는 이렇게 말했다. “완전히 압도당한 바둑이었다. 내 바둑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흑57은 백대마 전체에 대한 공격을 노린 수. 창하오는 타이밍 좋게 58을 활용한 후 60의 맥점을 찔러갔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64로 몬 수순이었다. 호구로 백대마의 안형이 갖추어졌으니 아마추어들은 당연한 수가 아니냐고 묻겠지만 지금은 그 당연한 수를 보류하는 것이 최선이었으니…. 그 수로는 참고도의 백1에 그냥 붙어야 했다. 흑은 역시 2에서 4로 잇게 되며 백은 5로 넘게 되는데 이 형태에서 백이 A를 서둘러서 단수칠 이유는 없다는 것이 포인트. 나중에 B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수가 된다는 것을 창하오가 간과한 것이었다. 이곳을(A의 자리) 무심코 단수친 죄로 창하오는 하루 온종일 거대한 미생마의 활로를 찾기 위해 고심, 또 고심하게 된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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