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일 평균 3,150만배럴 수준의 원유 생산량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 전에 OPEC의 일 평균 산유량은 상한선인 3,000만배럴을 무려 1년 반 동안 웃돌았다.
OPEC의 이번 조치는 산유량의 상한선을 잠정적으로 철폐한 것과 마찬가지다. 내년 6월로 예정된 다음 회의에서 OPEC은 산유량 목표를 새로 확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OPEC이 석유를 현재 수준보다 많이 생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사실 OPEC의 산유량은 공식 발표된 수치보다 훨씬 더 높을지도 모른다. 특히 일 평균 82만3,000 배럴을 생산하는 인도네시아의 산유량이 OPEC 통계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08년 OPEC을 탈퇴했다가 최근에 재가입했다.
저유가를 지속시키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미국 달러의 강세 현상이다. 석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유가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는 앞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석유 수급의 불균형 문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부터 석유 생산량은 소비량을 넘어섰다. 내년에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석유 재고가 축적되면서 유가는 더욱 하락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투자자는 원유 가격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야 할지를 고민할 것이다. 실제 에너지 관련주는 최근 미국 증시 안에서 주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대목은 에너지 기업의 규모와 재무구조다. 올해 들어 중소형 에너지 기업보다는 대형 에너지 업체가 미국 증시에서 좋은 흐름을 보였다.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형주는 낮은 성과를 나타냈다는 뜻이다. 저유가 현상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튼튼한 기업 입장에서는 석유 생산 비용이 감소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올해 석유 시추 비용은 평균 전년 대비 25%가량 하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에너지 기업의 채권과 관련해서도 규모가 크고 건실한 회사채가 더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15%에 이르는 채권을 발행한 에너지 기업은 부도를 맞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러한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다. 고수익(하이일드) 에너지 채권(원자재 제외)을 발행한 기업의 올해 부도율은 1.5%에 불과했으며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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