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일가의 책임경영이 후퇴하고 이들에 대한 견제장치도 소홀하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이 나왔다.
공정위가 23일 발표한 '2015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40개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등기이사로 등재된 기업의 비율은 21.7%(294개사)에 그쳤다. 이는 전년(312개사) 대비 1.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관련 조사가 이뤄진 지난 2012년(27.2%) 이후 3년 연속 줄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 1.5% △SK 2.4% △LG 6.5% 등이 낮았고 △현대차 30.0% △GS 25.6% △한진 39.5% 등이 높았다.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기업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한진그룹이 6개 회사로 첫 번째이고 대성그룹(5개)이 뒤를 이었다. 미래에셋은 23개 계열사 중 총수 일가가 등기이사를 맡은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삼성·신세계는 1곳, SK·한화는 2곳이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중도 사임, 지난해부터 도입된 등기이사 연봉 공개, 계열사의 흡수·합병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총수 일가에 대한 내부 견제도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49.5%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줄었다. 반면 총수가 없는 대기업집단은 사외이사 비중이 49%로 1.1%포인트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특히 총수가 없는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이 95.8%로 총수가 있는 기업(92.1%)보다 높았다.
거수기 논란을 빚는 사외이사 역할 미흡도 여전했다. 최근 1년간 239개 상장사의 이사회 안건 5,448건 가운데 사외이사 반대로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13건(0.24%)에 불과했다. 이랜드(25.0%)와 OCI(32.3%), 한솔(33.9%) 등은 사외이사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책임경영이 미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사외이사 등의 권한 행사도 활성화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소액주주 권리 행사를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지난해 한 곳도 없었지만 올해는 27개사로 급증했다. 이는 전자투표제 도입 기업에 한해 올 초 폐지된 섀도보팅을 3년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조치 때문으로 풀이된다. 섀도보팅은 예탁결제원이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찬반 투표비율과 동일하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끔 한 제도다. /세종=이상훈기자 sh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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