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4일부터 개최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은 한국 농산물시장 개방을 위한 미국의 전방위적인 파상공세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협상 장소를 하필이면 궁벽한 몬태나주로 결정했다. 대표적 농업 생산지인 몬태나를 협상 장소로 정한 데서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한 미국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우리측 협상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미 FTA 협상단이 몬태나로 가는 까닭은=웬디 커틀러 한미 FTA 미측 수석대표는 31일 “5차 협상이 몬태나주 ‘빅 스카이’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 서부에 위치해 라틴어로 ‘산악지대’란 뜻인 몬태나주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주내에 위치한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유명하지만 교통ㆍ통신 시설 등이 시원치 않아 국제협상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이 몬태나주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농산물시장 개방 요구를 강화시키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몬태나주는 미국의 대평원이 전체 면적의 60%에 달해 농축산업 비중이 높다. 30일 수입이 재개된 미국산 쇠고기의 주산지일 뿐 아니라 밀ㆍ보리 등의 곡물 생산도 미국 내에서 3위 안에 든다. 우리측은 숙박 및 통신ㆍ교통 시설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를 들어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다. 한국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숙박시설이 부족해 몬태나에서 열리면 협상단ㆍ기자단ㆍ원정시위대까지 똑같은 숙소에 묵어야 한다”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측이 몬태나를 농산물 개방 요구의 베이스캠프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협상지를 몬태나로 선정한 것은 우리 농산물시장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라고 설명했다. ◇몬태나 대전(大戰)의 향방은=제주 4차 협상에서 미측은 쇠고기 관세의 즉시 철폐를 비롯, 1,530개에 이르는 농산물 전체에 대한 개방요구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자국 수입시장의 개방폭을 확대하는 척 했다. 이와 관련해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미국이 1,000여개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숫자만 많고 겉만 멀쩡하지 실속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측은 상추ㆍ토마토 등 수입이 어렵거나 수입에 따른 국내 영향이 작은 품목 58개를 관세철폐 예외에서 철폐로, 이미 수입이 많은 220여개 품목은 관세철폐 기간을 앞당기는 제한적 수정개방안을 제시했다. 미측은 “우리측 개방안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며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일단 1차 수정개방안을 접수했다. 미측은 아울러 우리측이 요구한 농산물 세이프가드 도입에 동의를 표했으며 양측은 저율관세할당제도(TRQ) 관리방식에도 일부 의견접근을 이뤘다. 이 같은 미측의 연이은 양보는 태풍 전야의 고요함을 연상시킨다는 게 우리측 협상단의 분석이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측이 대대적인 농산물 관세철폐 요구를 위해 힘을 비축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커틀러 미측 대표는 “높은 수준의 FTA가 되려면 농산물이 포함돼야 한다” 며 “5차 협상에서 한국이 강력한 개방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5차 협상에서 우리측의 수정개방안에 미측이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농업이 협상 파행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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