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다음주에 바이어가 미국법인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여부가 불투명해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리제조업체 A사) "내년 경영계획에는 FTA 효과를 일단 배제했고 발효가 되면 관세인하를 감안해 거래선과 재협상하려고 합니다. 관세가 낮아지는 품목에 초점을 맞춰 수출물량을 늘리려고 하는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막막할 따름입니다." (섬유업체 B사) 한미 FTA가 표류함에 따라 수출 중소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한미 FTA 비준이 미뤄지면서 '불확실성'만 커가는 데 따른 현상이다. 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FTA 발효로 높아지는 가격경쟁력을 통한 공격적 마케팅으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대다수 수출업체들이 전혀 대비를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달 중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해도 FTA를 통한 시장선점 효과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우선 상당수 중소업체들은 세부품목별 관세인하율 및 원산지인증 방식에 대해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예를 들어 강화유리(12.5%)는 단계적 관세 철폐, 일반유리식기(25%)는 관세가 즉시 없어져 대미수출에 대비해야 하지만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을 전혀 경영계획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섬유를 비롯해 중국ㆍ대만 등과 경쟁하는 상당수 중소기업 제품들은 미국 바이어들이 제품가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가격경쟁력은 곧장 시장지배력으로 연결될 수 있음에도 수수방관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한미 FTA 발효로 관세가 즉시 사라지면 자동차부품은 연평균 1억3,000만달러, 섬유산업은 1억5,000만달러 수출이 증가하고 공작기계는 4만2,000~8만4,000달러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정치권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날 한나라당은 황우여 원내대표가 민주당 지도부에 비공개 협의를 제안했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제안 자체를 받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안 단독처리를 적극 검토하는 등 속전속결 의지를 보이는 반면 민주당은 지난 5일 손학규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도심에서 거리홍보 활동을 벌이는 등 장기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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