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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증시결산·2001년 전망 대담

2000년 증시결산·2001년 전망 대담 "증시회생, 구조조정·신뢰회복에 달려" ● 참석자 정의동코스닥위원장 진영욱한화증권 사장 조영제한국투신운용 사장 ● 사회 김희중증권부장 일시 : 2000. 12. 27. 07:00 장소 : 가든호텔 16층 새천년의 시작과 함께 기대를 모으며 출발했던 2000년 주식시장이 상처만 남긴 채 마감됐다. 올 한해는 여는 때 보다도 많은 화제와 과제를 남겼다. 외국인들의 비중과 영향력이 커졌으며 미국시장과 동조화 현상도 심화됐다. 개인투자자들의 대부분이 절반 이상 손해를 본 한해였다. 서울경제신문은 증권업계 최고경영자와 코스닥위원장을 초청해 실망과 아쉬움을 남긴 채 마감된 올해 주식시장의 문제와 과제를 되돌아보고 새해 전망을 들어봤다. ▲사회 증권시장은 국가경제의 기본입니다. 증시가 살아야 구조조정도 원활히 진행되고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증시는 폭락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코스닥의 경우 다섯토막으로 떨어졌습니다. 깡통계좌도 속출했습니다. ▲조영제 사장 기관이든 개인이든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던 해였습니다. 연초 최고점을 찍은 종합주가지수는 연말 반토막으로 줄습니다. 정상적인 패턴은 아닙니다. 내년에 회복이 되더라도 정상적인 회복세를 보일지 의문입니다. 예측이 정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수익에 따라 국내 증시상황이 변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해외요인이 국내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진영욱 사장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안되지만 영향력은 그 이상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다우와 나스닥을 보는 현상도 생겼습니다. 세계금융시장의 동조화라고 하지만 한국은 너무나도 큰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수출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해외변수가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조영제 사장 국내 증시를 해외투자가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조정다운 조정이 없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은 했지만 대우차의 포드매각 무산 등이 주가폭락을 시킨 사례입니다. 조령모개식의 일관성 없는 정책들이 신용을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정책입안자가 과거와 같이 폐쇄적인 방법을 쓰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법은 간소화됐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어려워지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의동 원장 올해 주식시장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적정수준의 주가가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반성하고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올해 자본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는 모두 터졌는데요. 문제가 생기면 근본적인 측면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데 단기처방을 추구하는 경우가 다반수였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문제가 재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 경제도 전반적으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증시는 사회를 총체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진 사장 그렇습니다. 주식시장만 살아난다면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경제가 어려운데 주식만 오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재정금융정책의 기본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르는 것인데 우리 경제상황은 그런 정책이 통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돈은 엄청나게 풀려 있는 상태입니다. 총통화(M2) 증가율이 25% 이상입니다. 반면 총유동성(M3) 6.2%대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유동성은 많은데 통화금융권에만 맴돌고 제2금융권에는 돈이 마르는 현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신뢰의 문제입니다. 문제는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증시대책은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에서 나올 것이 없습니다. 펀드 조성이나 연ㆍ기금을 통한 주식투자 등이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단기효과에 그칠 뿐입니다. 근본적인 신뢰회복 대책이 필요하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주체간 신뢰가 살아나면 선행성을 갖고 움직이는 주식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수도 있다고 기대합니다. ▲조 사장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고, 유동성이슈도 어느 정도 해결되고 해외요인만 안정된다면 후반기에는 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는 앞을 내다보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늦봄이나 초여름에 주가는 상승세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회복세의 속도가 느리고 기간은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99년과 같은 장세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느냐가 핵심인데요. 기존의 저비용 저생산방식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경쟁은 날로 심해지는데 100원 받는 물건을 110원에 생산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생산성을 높이든지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힘들더라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좀더 나아진다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외국인들은 불신을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외국인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외국인이 팔장끼고 있다면 증시회복도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신뢰 회복이 정말 중요합니다. ▲사회 개인투자자들의 올해 화두는 벤처였습니다. 너도나도 벤처주식을 찾았던 게 연초상황이었지만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모두가 망했습니다. 대망(大望)을 품고 시작한 주식투자가 대망(大亡)으로 끝났습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손해가 막심했습니다. ▲정 위원장 코스닥은 3월10일 283포인트로 정점을 기록한 후 낭떠러지로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로 마감했습니다. 어느 시장이든 부침이 있지만 이러한 사례는 전례가 없는 것입니다. ▲사회 코스닥시장이 붕괴된 배경은 지나친 공급물량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정 위원장 글로벌스탠더드로 움직여본 적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구조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활동의 준칙이 국제화 세계화해보니 좋아지더라고 느꼈고 마치 구조조정이 다된 것으로 착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학습효과는 있었던 셈입니다.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1금융권만으로 집중돼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벤처산업은 한 번도 경험 못한 산업이었으며 우리 나름대로의 평가기준도 없는 가운데 외부 영향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스닥 동향에 따른 기술주 등락이 그 사례입니다. 코스닥시장이 탄탄한 뿌리를 갖고 있지 못했다는 점도 외부 영향을 많이 받게 된 요인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학습효과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구조조정 등의 영향에 따라 회복시점 논란은 있지만 벤처는 회복이 더 빠를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자들도 이제는 보다 냉철하게 투자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회 문제는 학습비용이 너무 컸다는 점입니다. 내년에는 수익도 나고 벤처의 결실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 사장 한국의 주식시장은 코스닥과 상관없이 수급이 주가를 결정합니다. 기업이 돈을 버느냐보다 수급이 주가를 결정하는 것이죠.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수급에 영향을 받는 시장입니다. 그런데 99년 증시활황 이후 공급이 늘어 수급의 불균형이 초래됐습니다. 등록기업 입장에서는 코스닥을 통한 자금조달밖에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이 망가져 앞으로는 힘들게 됐습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시장이 나빠질 때 공급을 조절해 하락을 막아왔습니다. 그러나 여건이 좋아지면 시장이 꼬꾸라질 정도로 공급을 늘렸습니다. 수급의 이슈도 어느 정도는 시장상황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맡겨야 합니다. ▲진 사장 아직도 기업의 구조조정 후 금융조정을 하다 보니 유동성은 많지만 2금융권으로 돈이 안들어오고 있습니다. 돈이 돌지 않아 돈의 유통속도가 떨어져 있는데 이는 불신의 문제입니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풀어야 합니다. 단기 처방은 중병을 앓고 있는데 붕대로만 치료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치논리에서 경제논리로, 상식적으로 납득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전제되지 않고는 내년 시장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 위원장 코스닥 공급물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에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현재는 변화가 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어떤 기업의 생산성이 높은지에 대한 평가도 변화가 심합니다.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기업을 인위적으로 막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나스닥의 경우 600~700개 기업이 매년 새로 등록되고 60~70%가 기업 인수 및 합병(M&A)로 없어집니다. 우리의 경우 벤처기업이 M&A를 통해 기업이 모이면 효율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M&A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9월 공급물량을 조정했는데요. 실은 공모보다는 유상증자가 2.5배 많습니다. 등록 후 6개월내 70%가 증자했습니다. 자금의 효율적인 배분면에서 너무 한군데 편중되는 것은 자율적으로 조정해야 하지만 진입을 막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사회 투신권은 증시의 버팀목이었는데 최근에는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조 사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33조원에 달하던 수탁고가 불과 1년 만에 20조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올해 주가하락에 따른 학습효과는 있었지반 수업료가 너무 비싸게 지불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국 자본시장의 깊이와 크기가 작다보니 기관투자가라고는 지난 몇십년 동안 투신권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투신이 기관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기관의 소임은 주주로서의 역할에 있습니다. 회사의 감시 등도 신경을 써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사회 올해 시장은 막을 내렸고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내년 주가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진 사장 지난해 이맘 때 말한 걸 생각하니 부끄럽습니다. 지수가 1,200포인트에서 1,300포인트에 이를 것이라고 얘기했는데요. 지수를 막연히 예측하기 보다는 변수를 점검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내년 주식시장의 중요한 변수는 환율입니다. 대외환경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환율은 외환수급, 국제수지와 맞물리는 것입니다. 한두달 전 각연구소의 전망치는 모두가 환율절상을 예측했었는데요. 1,100원선으로 본 것입니다. 그러나 12월 말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내년 시장에서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환율에 대해 정부개입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정부개입이 함부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 입니다. 환율 상승을 용인할 수도 있는데 외국인이 어떻게 생각할 지가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입니다. ▲조 사장 내년에 환율은 연평균 1,200원선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엔ㆍ달러 환율이 중요한데 엔화도 강해지기는 힘들 것 같구요. 원화절하 수출효과는 상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총생산은 5~5.5% 수준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가도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인플레 우려도 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주식시장은 내년 봄 이후 상승이 기대되지만 상승 시점을 앞두고 지표상으로는 한번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수상으로도 일시적으로는 올해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2분기 이후 본격적인 주가회복이 기대됩니다. 내년에도 등락폭은 여전히 클 것 같습니다. 주가등락이 심한 상황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대수익률을 낮춰서 안전하게 투자하는 게 투자의 기본입니다. ▲사회 정치적으로 내년에 대단히 혼미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를 떠나서 나라가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습니다. ▲진 사장 내년에 어느 정도 경제를 살려 놓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경제를 살리는 원칙은 경제논리에 따르라는 것입니다. 시장원리에 따라 경제정책이 정하라는 것이죠. 올해는 경제가 총선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습니다. 공적자금 투입 시기 등도 경제 논리와 시장의 필요에 따라 결정돼야 합니다. 내년은 모처럼 만에 선거가 없어서 좋을 것이라는 우스개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사장 내년 회사채 상환이 안되면 사회적인 이슈에서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대국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장기계획을 갖고 책임감과 의연함을 보여줘야 시장에서 정책을 신뢰하고 시장이 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장관끼리도 이견이 조율이 안되는 상황에서 시장이 잘 돌아가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초단타매매의 극성은 주식시장의 발전이라는 흐름에서는 깊이 반성해야 할 대목입니다. 매매행태가 바뀌다보니 투신상품도 단기화ㆍ투기화되고 이러한 것이 좋은 투자인양 왜곡되고 있습니다. 회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이 바람직한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올해 증시는 반추해야 할 이슈를 많이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를 꿰뚫고 이끌어야 할 리더쉽이 없어 아쉽습니다. ▲사회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정리=조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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