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10cm 삼성 직원, 이건희 심금 울렸다
이건희의 특별한 오찬열정樂서 강연 직원 만나 "열정이 오늘의 삼성 만들었다" 격려
이종배기자 ljb@sed.co.kr
김상용기자 kimi@sed.co.kr
이건희(사진) 삼성 회장이 지난 27일 '열정樂(락)서' 강연자들과 만나 토크콘서트를 통한 삼성과 젊은이들의 소통 노력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삼성그룹 사내통신망은 28일 이 회장이 전날 열정락서에서 사내 강연자로 활동한 6명의 직원과 함께 오찬을 갖고 이들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서초 사옥으로 출근, 오찬 회동을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열정락서는 삼성그룹이 '진정한 사회와의 소통'을 내걸며 2011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토크 콘서트'로 올 하반기부터 이뤄진 시즌 3회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외에도 특별한 이력을 가진 사내 임직원이 강연자로 나섰다.
이 회장 오찬에 참여한 열정락서 사내 강연자는 이지영 삼성테크윈 대리, 조성인 삼성중공업 부장, 정석빈 삼성디스플레이 사원 등 6명이다. 이들은 열정락서 강연에서 가난ㆍ장애 등을 이겨내며 삼성 사원증을 단 사례를 가감 없이 이야기해 관람객들의 심금을 울린 장본인이다. 실제로 이지영 대리는 가연골무형성증이라는 희소병으로 110㎝의 작은 키를 갖게 됐지만 불굴의 열정으로 삼성 직원이 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 진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 사내 강연자는 이 회장에게 자신들의 경험담과 열정락서에서 강의를 통해 느꼈던 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회장은 이들에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절대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부탁하며 여러분의 열정이 오늘의 삼성을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 회동에는 열정락서가 회를 거듭할수록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에 대해 이를 기획한 직원들에 대한 격려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평사원과 오찬 회동을 갖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이 회장은 9월4일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오찬 희망자 공모를 받은 뒤 이 과정을 통해 선출된 10명의 직원과 식사를 한 바 있다.
[이건희 경영 25년, 삼성 강해졌다] 도전정신을 다시 깨우다"안주하다간 뒤처진다"… 비리와의 전쟁·스피드 경영 채찍질
"조직 전반 부정·구태 뿌리 뽑자" 그룹내 경영진단·감사체계 강화
조기 출근·수시 인사로 조직쇄신
바이오제약 등 신사업 진출 박차… 내년 신경영 20돌… 대변화 예고
김흥록기자 rok@sed.co.kr
지난 2011년 4월21일 아침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전격적으로 서울 서초사옥에 모습을 나타냈다. 회장에 취임한 후 줄곧 한남동 승지원을 사무실로 써온 이 회장이 삼성사옥에 정식으로 출근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 회장은 이 순간을 시작으로 임직원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승지원에서 현안을 챙기는 원격경영 스타일을 바꿔 본사 사옥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모습을 나타내는 출근경영을 본격화했다.
이는 이 회장이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위기론을 강하게 설파한 데 이은 것으로 이 회장의 출근경영 개시는 조직에 강도 높은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이 회장의 출근경영 이후 삼성의 조직 스피드는 한결 빨라졌고 조직문화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1년이 지난 2012년 4월19일 이 회장의 출근시간이 오전6시30분으로 4시간가량 앞당겨진 것이 대표적인 변화로 이는 삼성그룹의 핵심부서 및 핵심임원의 오전6시 출근 관행으로 이어졌다. 이 회장의 선도적인 조기출근이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을 새벽 일찍 흔들어 깨운 셈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조직 내 긴장의 강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지고 경영의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삼성전자가 분기에 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 회장은 오히려 위기감을 더 불어넣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 회장이 신경영 선언 이후 이룬 성과를 넘어서기 위해 혁신의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이라는 성취감에서 깨어나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혁신의 일상화'라는 키워드를 제시한 셈이다.
◇비리와의 전쟁, 혁신 신호탄 쐈다=이 회장이 출근경영을 시작한 후 첫번 째 지시는 조직 전반에 스며든 비리와 구태를 척결하는 일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계열사 경영진단 결과를 받아 들고는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대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테크윈 부정과 연결시켜 "해외의 잘 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며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지시에 삼성은 즉각 감사책임자의 직급을 높이는 것을 물론 인력도 늘리는 등 그룹 내 경영진단 및 감사체계 기능을 강화했다. 오창석 당시 삼성테크윈 사장은 감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서슬 퍼런 이 회장의 의지에 삼성 임직원들이 놀란 것은 물론이다.
이 회장의 대로는 신경영 이후 20년 동안 관행이나 업무추진상 편의 등 현실적인 이유로 부정의 여지가 조금씩 늘어난 데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실제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당시 경영진단 결과에 대해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처럼 큰 비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자질구레한 것이 여러 건 드러난 데 이어 이를 적당히 넘기려는 관행이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이 회장의 부정척결 의지를 전했다.
◇더 빨라진 삼성의 속도, 70년 전통을 깨다=이 회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를 참관한 뒤 "앞으로 몇년, 십년 사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금방 뒤지겠다는 느낌이 들어 더 긴장이 된다"며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가고 우리가 앞서가는 것도 몇 개 있지만 더 앞서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을 했다. 삼성 내부에 더욱 더 빠른 스피드 경영을 주문한 것이다.
이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도 "신사업은 생존의 주기가 빠르게 단축될 것"이라며 속도에 대한 긴장감을 높였다. 이 회장의 위기경영 및 조기출근은 결국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삼성도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의 발로인 셈이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삼성이 약 70년 동안 유지해온 인사 및 조직개편의 틀도 부쉈다. 삼성은 그동안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시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다. 조직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최고경영자(CEO)가 본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회장은 지난해 7월 반도체사업부와 LCD사업부로 나뉘어 있던 삼성전자 부품사업을 디바이스솔루션(DS)으로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같이 조직개편을 한 지 불과 5개월 뒤 삼성전자는 다시 부품과 세트를 나누는 방식의 조직개편을 추가했다.
삼성은 또 6월 최지성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미래전략실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같은 달 삼성전자 중국총괄을 박재순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10월에는 이호수 부사장이 맡았던 미디어솔루션센터(MSC)장을 홍원표 무선상품전략팀장(부사장)에게 맡겼으며 이달 들어서도 홍완훈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을 글로벌마케팅실로 발령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 특유의 신상필벌 원칙을 적용하는 동시에 수시인사를 통해 매너리즘을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수시인사가 잦아진 점은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사업 없이는 미래도 없다=이 회장은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후 두 달 만에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사실 이 회장의 경영복귀 이전 신사업에 대해 내부에서 반론이 적지 않았다. "반도체로 잘 먹고 사는 데 왜 하냐" "신사업은 삼성 본연의 일이 아니다" 등 반대여론이 득세했던 것이 현실이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회장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신사업팀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회의론자에 대해서는 보직변경 등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신사업팀 관계자는 "5대 신사업에 23조원을 투자하는 결정을 이 회장 본인이 직접 내렸다"며 "아무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이 회장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오는 2013년은 이 회장의 신경영 20주년이 되는 해다. 삼성 안팎에서는 내년에 대대적인 변화가 또 한번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 회장이 삼성을 다시 깨웠다"며 "내년에는 삼성에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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