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시가총액이 올 들어 24% 증가해 국내 5대 대기업 그룹 중 가장 많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의 시가총액이 많이 늘어난 데다, 화장품 사업의 도약으로 '황제주'로 등극한 LG생활건강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 롯데그룹은 3조원 증가했다. 반면 한국 증시의 '원투펀치'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올해 주력사업 부진과 원화약세 탓에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지면서 시가총액이 각각 3조, 10조원 감소했고 SK그룹도 2조원 이상 감소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으로 LG그룹의 시가총액은 83조9,974억원으로 지난해 말 67조7,167억원보다 24.04%(16조2,807억원) 증가했다.
시가총액 증가의 일등 공신은 LG화학이었다. LG화학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11조9,950억원에서 올해 22조3,996억원으로 무려 86.74%(10조4,045억원)나 늘었다. LG화학의 주가는 지난 1월7일 16만3,0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기록했지만 이달 23일 34만3,5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우선주인 LG화학우 역시 1월7일 12만2,000원으로 바닥을 친 후 지난 23일 장중 26만5,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LG화학우의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77.66%(8,353억원) 늘었다.
전문가들은 LG화학의 강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LG화학의 실적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4.22% 늘어난 1조8,904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의 성장세가 지속돼 내년에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기차 판매량은 44만2,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5% 이상 늘어났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글로벌 완성차 톱10 업체 중 6곳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며 "중국과 북미,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어 미래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LG그룹 계열사들 중 LG화학에 이어 시가총액이 많이 증가한 기업은 LG생활건강이었다. LG생활건강의 시총은 지난해 9조7,310억원으로 10조원을 밑돌았으나 올 들어 6조4,190억원이 늘어 16조1,492억원까지 증가했다. 특히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3일 10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 반열에 들어서는 데 성공했다.
LG그룹에 이어 시가총액 증가액이 컸던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롯데그룹의 시총은 지난해 말 21조1,852억원에서 25조1,553억원으로 18.74%(3조9,701억원) 늘었다. 롯데케미칼의 시총이 2조8,619억원으로 유일하게 1조원 이상 늘었다.
반면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은 109조7,024억원으로 지난해(119조9,678억원)보다 8.56%(10조2,654억원) 줄어 5대 그룹 중 가장 부진했다. 현대차(-3조8,548억원), 현대글로비스(-3조5,812억원), 현대위아(-1조5,637억원), 현대건설(-1조3,863억원) 등 주요 대표 계열사들의 시총이 모두 줄었다. 다만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전년 대비 1조6,061억원 늘어 전체 종목 중 유일하게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삼성그룹의 시총도 지난해 대비 1.15%(3조8,818억원) 줄었다. 삼성전자의 타격이 컸다. 올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89조2,796억원으로 지난해(195조4,662억원)보다 6조1,865억원 줄었다. 이어 삼성에스디에스(-3조2,111억원), 삼성중공업(-2조1,125억원), 삼성카드(-1조3,265억원), 삼성생명(-1조3,000억원) 등 다른 종목들도 감소규모가 컸다. SK그룹도 올해 79조4,351억원으로 지난해(82조578억원)보다 3.20%(2조6,227억원) 줄었다. SK하이닉스(-11조6,844억원)와 SK텔레콤(-2조7,857억원)의 감소 규모가 컸다.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그간 실적을 이끌던 스마트폰과 반도체 업황이 예전 같지 않아 감소액이 컸던 반면 LG의 경우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수혜를 입었다"며 "삼성전자가 최근 자동차 전장(자동차부품)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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